벌금이 두려워 공장장 남매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숨진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죽음을 숨기려고 시신을 하천에 내다버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0대 공장 사장은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범행을 함께 한 여동생은 경찰에 자수했다.
4일 경기도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 29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김모(41·여)씨가 찾아와 자신의 오빠(42)가 운영하는 작은 공장에서 일하다가 숨진 외국인 근로자의 시신을 저수지에 갖다버렸다며 자수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오빠가 빚이 많아 신용불량자인데, 무허가 공장에 불법체류 근로자를 채용한 사실이 적발될 것이 두려워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부터 오빠 김씨의 공장에서 근무해온 불법체류 근로자 A(43·태국인)씨는 연탄난로를 켜놓고 잠이 들었다가 숨졌다.
오빠 김씨는 A씨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시신을 여행가방에 옮겨 담고, 차가 있는 여동생을 불러 이를 인천의 한 하천에 버렸다.
하지만 A씨의 지인이 A씨가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자신의 범행을 들킬까 봐 걱정된 오빠 김씨는 지난 4월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여동생 김씨가 자수하면서 A씨 실종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경찰은 여동생의 진술을 근거로 인천의 한 하천에서 A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없었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여동생 김씨를 사체 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곧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포천=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불법체류자 시신 유기 공장장 남매의 비극 …“벌금이 무서워 그랬다”
입력 2015-06-04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