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책/ 군인

입력 2015-06-04 11:38
군인/볼프 슈나이더/열린책들



‘독일어의 교황’이라는 평가를 받는 저명한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가 시대와 대륙, 문화를 뛰어넘어 3000년을 아우르는 군인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고찰했다. 역사의 중심에 서 있던 군인들은 영웅이자 희생자였으며 괴물이었다.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전쟁에서 승리한 총사령관은 영웅이 된다. 하지만 대다수 군인은 희생자였다. 수백~수천만의 군인들이 때로는 종교를 이유로 때로는 총사령관의 명예욕을 채워 주느라 전장에서 죽어 나갔다. 동시에 군인은 사람을 죽이는 괴물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아는 군인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군인 없는 전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인 전투기다. 드론이라 불리는 무인 전투기는 각종 센서와 레이더, 로켓포를 장착한 채 목표지점까지 날아간다. 지상에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공격 결정은 미국 본토에서 내려지고, 파일럿은 조이스틱을 이용해 위성 신호로 사격 신호를 전달한 뒤 15초 뒤 목표물이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본다. 사실 전쟁의 승패가 군인 없이 결정된 것은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부터 시작됐다. 책은 인류 역사에 가장 큰 고통을 준 가해자이자 가장 고통 받은 피해자였던 군인들에게 바치는 추도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