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대기록 제물 됐지만…롯데, 그래도 아름다웠다

입력 2015-06-03 22:48

롯데 자이언츠는 400호 홈런이라는 대기록 작성의 제물이 됐다. 하지만 아름다운 제물이었다.

3일 포항구장에서 3회 400호 홈런을 친 이승엽은 경기가 끝난 뒤 상대팀인 롯데에 감사의 말을 잊지 않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상대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편이다. 원정팀에서 기록을 작성하면 전광판에는 나오지도 않는다”면서 “일본 프로야구와는 다른 분위기”라고 했다.

이승엽은 “롯데에서 주장이 직접 꽃다발을 건네 주고 감독이 박수를 쳐 주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며 “그 동안 이기려는 분위기만 있었는데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종운 감독은 이승엽이 그라운드를 돌 때 덕아웃에서 축하의 박수를 건넸다. 주장 최준석은 3회가 끝나고 꽃다발 전달식을 진행할 때 상대팀을 대표해 꽃다발을 건넸다.

투수 구승민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승엽은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선수는 타석에 서건, 마운드에 서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구승민이 ‘비운의 투수’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좋은 선수로 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포항=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