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으로 촉발된 당·청 갈등이 심화하면서 3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온종일 곳곳에서 충돌했다.
전날 청와대가 들고나온 '당정협의 회의론'에 대해 '비박(비박근혜)계'와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대대적인 반격을 가했고, 국회법 개정안 협상 당시 청와대의 반대 의견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등 양측의 내홍이 갈수록 격화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특히 새누리당이 제안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당정청 회의가 무산되고 4일 예정된 서민금융 당정협의회까지 연기되면서 당·정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흐름이다.
양측의 충돌은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시작됐다. 이재오·정병국 등 비주류 중진 의원들이 메르스 사태 확산를 고리로 청와대를 향해 강력한 비판 공세에 나선 것.
이들은 청와대의 '당정협의 회의론'에 대해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느냐", "청와대가 하는 일을 보면 생각이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메르스 해결은 뒷전이고 당청간에 내분이나 일으키고 이 정부가 생각이 있느냐"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당 지도부도 "의견이 다르다고 회의를 안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김무성 대표),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 생각한다"(유승민 원내대표) 등으로 반발했다.
국회법 개정안 통과 당시 청와대의 반대 의견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놓고서도 충돌이 빚어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여야 협상이 벌어지던 지난달 28일 밤 이병기 비서실장이 반대 입장을 전달했는지에 대해 "국회법 개정안은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고, 설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회법 개정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의 의견을 무시했는지에 대해 "그 이야기는 잘못된 이야기"라며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하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는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양측의 갈등은 청와대가 새누리당이 공식 제안한 메르스 당정청 회의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당정청 회의의 청와대 측 채널인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당정청 회의를 지금 여는 것은 오히려 국민적인 이것(메르스 확산사태)을 수습하는데 현재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수석은 당정청 회의 불가의 표면적 사유로 메르스 사태 소관부처 수장인 문형표 보건복지장관의 '사태 수습 전념'을 내세웠지만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여당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여기에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가 당초 4일 열기로 한 서민금융 지원강화 방안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회가 금융위 측의 요청으로 오는 16일로 연기되면서 전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들고 나온 '당정협의 회의론'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청와대가 앞으로 모든 정책에서 여당을 배제한 채 독자 행보를 걷게 되면서 여권 내부의 분열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청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여여갈등'을 이어가면서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을 지켜보는 국민의 불신도 커질 전망이다.
더구나 메르스 사태로 인한 불안감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여권에 대한 비판여론도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당청 갈등 갈데까지 갔다?” 여권 자중지란 비판여론 확산될듯
입력 2015-06-04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