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일본, 메르스 우려에 한국여행 취소 잇따라

입력 2015-06-03 20:37
한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여행을 취소한 중화권 여행객이 4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전문채널 TVBS 등 대만 매체는 대만 관광국 통계를 인용해 성수기인 6월부터 오는 9월까지 예약된 한국행 대만 단체 관광객 가운데 2000여명이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3일 보도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1일 기준 한국관광 예약상품을 취소한 대만인 수 500여명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대만 관광국은 현지 20여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여행을 예약한 단체 관광객 중 방문 취소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여행사마다 월평균 300건에 이르는 한국 여행 문의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오후 한국 수도권 지역의 여행경보 단계를 1단계 수준인 ‘회색’ 단계에서 2단계인 ‘황색’ 단계로 격상했다.

외교부는 해외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수위별로 구분해 ‘회색’(일반주의), ‘황색’(안전주의), ‘주황색’(방문위험), ‘적색’(입국금지) 등 4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주의와 경계, 경고, 입국금지 등 4단계 여행경보를 적용하는 대만 위생국 질병관리서도 2일 한국 수도권 지역의 여행경보 수준을 2단계인 ‘경계’로 격상했다.

대만 당국은 이날 “한국에 유입된 메르스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면서 “서울과 경기도 지역을 방문하는 대만인은 개인위생을 강화하고 한국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홍콩 여행객도 한국 대신 대만과 일본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2일 기준 홍콩 여행객 285명이 서울 여행상품 예약을 취소했다.

홍콩 여행업협회인 여유업의회의 조지프 퉁(董耀中) 총간사는 최근 며칠 새 한국행 여행객이 30% 감소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일부 홍콩 여행사는 엔화 약세 등으로 일본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한국 내 메르스 확산 사태가 지속하면 한국행 여행객 수가 50%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한국관광 예약상품을 취소한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2000여명으로 집계됐으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한국에서 메르스 환자가 늘고 있지만 현지 여행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밝혀 한국여행 취소자의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은 현수막과 공항·항만의 공고문 등을 통해 개인위생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한국 등 메르스 발생지역에 여행 제한이나 경고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대부분 여행사도 한국 등 메르스 발생지역에 여행 제한이나 경고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신문이 전했다.

이웃국가 일본에서도 한국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도쿄의 항공사와 여행사 등 한국 관광 관련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이달 말 이후 한국 관광을 가는 것으로 예약했다가 2일과 3일 이틀 사이에 취소한 일본인이 확인된 사람만 약 10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