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명예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FIFA 회장에 출마할 것이냐고 물어 본 사람 많다. 선거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생각해서 판단하겠다”며 “세계 축구계 인사들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 블라터 회장을 중심으로 불거진 FIFA의 부패 논란을 지적했다. 그는 “개혁의 대상인 인물이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블라터 회장은 선거 업무에 관여해선 안 된다. 제롬 발케 사무총장도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FIFA의 요직은 블라터 회장과 가까운 인물로 채워졌다. 블라터 회장을 중심으로 구성한 폐쇄적 운영이 부패의 원인이다. 블라터 회장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출마를 자제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FIFA의 부패 논란을 지적하면서 경쟁자의 출마 가능성을 차단할 목적으로 보인다.
블라터 회장은 지난달 29일 5선에 성공했지만 당선 닷새 만인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밝혔다. 블라터 회장은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뇌물 스캔들과 관련한 세계 수사기관의 압박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블라터 회장은 “FIFA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특별총회는 오는 12월 이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출마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 선에서 기자회견을 마쳤다. 세계 축구계는 물론 우리 여론의 분위기를 살피고 FIFA 대권주자들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대권 경쟁자는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 등이다.
정 명예회장의 당선 가능성을 놓고 우리 여론은 의견이 엇갈렸다. 다만 축구팬들 사이에서 국내 정치가 아닌 세계 체육계의 대권 도전에 대해서는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SNS와 뉴스 게시판에는 “정치에서는 모르겠지만 축구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꼭 당선해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높여 달라” “워낙 돈이 많은 사람이어서 블라터 회장처럼 비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축구팬은 정 명예회장의 대통령 및 서울시장 선거 낙선 이력을 언급하며 “기업 총수와 FIFA 부회장으로 쌓은 명성을 정치권에서 다 깎아먹었다. 재계·체육계에만 있으면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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