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가 확산되면서 공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정된 공간에 다수의 관객이 모이는 공연 장르의 특성상 전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직 공연장에서 메르스와 관련된 환자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일반 대중이 공연장 등 다중이용업소 이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3일 공연계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때문에 공연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오는 12일부터 21일부터 남한산성아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회 남한산성아트홀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이 9월 4~13일로 연기됐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안숙선, 손숙, 박정자, 김성녀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4인의 명작 모노드라마가 선보일 예정이었다. 남한산성아트홀 김경철 팀장은 “최근 메르스 확산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관객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7일 수원 야외음악당에서 바이브와 포맨, 벤, 미, 임세준 등 소속 가수 전원이 출연하는 ‘더 바이브 패밀리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던 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는 공연을 잠정 연기했다. 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메르스로 인한 추가 피해확산을 방지하는데 동참하고, 관객 여러분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부득이 공연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매하신 모든 분들께는 조속히 환불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면서 “이번 바이러스의 피해로 인해 고통 받는 분들께 위로를 전한다. 추가 확산으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메르스로 인해 취소된 공연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3차 감염자까지 발견되며 격리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미뤄볼 때 앞으로 공연들의 취소가 잇따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지난해 세월호 애도 분위기 속에서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공연계가 올해 메르스 때문에 또다시 얼어붙을 것 같아 우려된다”면서 “이번주까지 메르스가 진정되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공연을 취소하는 회사들이 많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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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중에 누가 감염자인 줄 알고”… 메르스에 공연업계도 비상
입력 2015-06-03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