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출마와 관련해 “신중하게 생각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차기 회장에 출마할 것이냐고 물어 보는 사람 많다”며 “회장 선거 참여 여부는 신중하게 생각해서 판단하겠다. 국제 축구계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FIFA 상황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휘장 선거에 출마하는 건 현실적인 문제다. FIFA에 몸을 담고 있는 분들의 의견을 좀 더 들어야 되겠다”고 덧붙였다.
정 명예회장은 FIFA의 개혁 노력에 대해 “개혁 대상인 인물(블라터)이 개혁을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블라터 회장은 업무를 하면 안 된다. 제롬 발케 사무총장도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FIFA 요직은 블라터 회장과 가까운 인물로 채워졌다. 블라터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운영이 부패의 원인이다. 블라터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출마를 자제하는 것이 순리다”고 말했다.
FIFA 부회장으로 17년간 일한 정 명예회장은 “2002 월드컵으로 우리나라가 하나가 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 준 FIFA에 감사한다. 하지만 최근 사태는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FIFA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IFA 부패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제프 블라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이날 전격 사임함에 따라 FIFA 수장직은 ‘무주공산’이 됐다. 미셸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이번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 회장과 맞선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도 대권 후보로 지목된다.
플라티니 회장은 이번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고심하다 포기했다. 아프리카축구연맹과 아시아축구연맹, 남미축구연맹 등이 블라터 지지를 선언하면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2007년부터 UEFA 수장을 맡은 플라티니는 그동안 꾸준히 FIFA 개혁을 부르짖으며 입지를 다져 온 만큼 오는 12월 FIFA 임시 총회에서 예정된 차기 회장 선거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힌다.
요르단 축구협회장인 알리 왕자는 UEFA의 지지를 받으면서 블라터와 맞섰지만 1차 투표에서 73대 133으로 패한 뒤 2차 투표를 앞두고 사임했다. 알리 왕자는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32개국에서 36개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FIFA 회장직에 도전했지만 지지 기반이 약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알리 왕자는 이제 자신을 지지한 플라티니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정몽준 “FIFA 회장 선거 출마는 신중하게 판단”
입력 2015-06-03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