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경찰이 잡아가요~” 메르스 병원명 밝히면…

입력 2015-06-04 00:06 수정 2015-06-04 00:16

언론을 비롯한 몇몇 단체들이 병원명을 공개하고 있다. 대다수 네티즌은 호응하면서도 “경찰에 잡혀가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2일 ‘A 병원은 왜 자진 폐쇄를 선언했나’ 기사에서 “메르스 병원을 공개하자”며 A 병원의 이름을 그대로 보도했다. 대한민국 언론들이 하나같이 병원명을 감추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환자 발생 병원을 비공개하는 걸 존중해왔다”며 “하지만 사망자에 이어 3차 감염자가 나온 지금 시점에도 병원 비공개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병원명 공개의 이유를 밝혔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레시안의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3일 오후 5시 2594건의 ‘좋아요’를 받으며 SNS를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부가 허위사실 유포라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병원명 리스트 등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모두 열람하고 있다”며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며 정보에서 소외된 분들에게 불이익이 갔는데, 프레시안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화답했다.

다른 네티즌도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이를 설명해야 할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부정하고, ‘너희가 이 정보를 알면 혼란이 온다’며 감추는 태도는 민주적이지 못하다”며 정부의 병원명 공개를 요구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그 병원에 안 간다는 게 아니다”라며 “병원명을 공개해야 그 시간에 해당 병원에 다녀온 사람이 본인이 접촉 대상인 걸 알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신고를 하든 말든 하죠”라며 보건복지부의 병원명 비공개 방침을 성토하고 나섰다.

걱정하는 네티즌도 다수 있었다. “병원명을 공개하면 보건복지부의 입장처럼 일대 혼란이 올 것” “양심적으로 진료에 나선 병원들이 환자수가 주는 등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다” “병원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면 어떡하지” “경찰이 편집국으로 수사하러 닥칠 듯” “기자의 안부가 걱정됩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병원명을 공개한 단체는 언론뿐이 아니다. 2일 오후 코레일은 “메르스 예방수칙, 아래 지역이나 병원 방문은 당분간 자제”라며 메르스 환자 최초 발생지역과 접촉 병원을 공개했다. 네티즌들은 이웃들 걱정에 “이 병원에서 진료 받았다면 의심환자 일수도 있습니다”라며 해당 공지문을 주변 친지들에게 빠르게 퍼뜨렸다. 논란이 일자 코레일은 해당 공지문을 즉각 내린 상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병원명 공개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2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제3공용브리핑실에서 “(병원명 미공개에 따른) 고민의 많은 부분이 조금은 근거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메르스는 밀접 접촉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어떤 환자가 해당 병원에 있다고 해서 그 병원에 가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메르스 관련 리스트 유포자 처벌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화성서부경찰서는 메르스 감염 의심자 실명 등이 담긴 내부 문건을 인터넷 카페 등에 유포한 최초 유포자를 찾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피의사건으로 수사한 뒤, 실명이 공개된 피해자들로부터 ‘명예훼손’ 등 고소 여부를 타진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이 보기에 이런 상황이 이례적일 수 있다. 해외 권위 있는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지도 한국내 바이러스의 변종 가능성을 보도하며 굳이 괄호를 쳐 “병원명은 비공개로 알 수 없지만”이라고 조롱하듯 적시했다. 모두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잠재적 허위사실 유포자’로 범죄자로 몰리면서까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