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사람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했다면 망자의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9년 10월 숨진 이모씨는 A사에 6억4000만원의 빚을 남긴 채 숨졌다. A사는 이씨의 배우자와 이씨의 자녀 2명을 상대로 빚을 갚으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자녀 2명은 채무를 포함한 상속을 포기했다. 그러자 A사는 이씨의 손자녀가 돈을 갚아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녀가 상속을 포기할 경우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배우자와 함께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손자녀 3명은 이씨의 채무를 이씨 배우자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됐다. 빚을 떠안기 싫어 상속을 포기했던 이씨의 자녀들이 그 빚을 미성년자인 그들의 자녀에게 도리어 떠넘긴 모양새가 된 것이다.
다만 법원은 이씨 손자녀들도 상속포기 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은 열어뒀다. 재판부는 “이씨 손자녀들이 자신의 부모가 상속을 포기했다고 해서 자신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상속포기 신청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봤다. 민법은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동안 상속포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씨의 손자녀들은 상속포기 신청을 한 뒤 별도의 이의제기 소송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조부모 사망시 자녀가 상속 포기땐 손자녀 공동 상속인 된다
입력 2015-06-03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