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400호 홈런 오늘 나올까… “희생양 되는 투수도 의미 있다”

입력 2015-06-03 17:15

지난해 9월 6일 서울 목동구장.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6회에 대형 기록이 하나 터졌다. 넥센 서건창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3루타를 쳤는데, 한 시즌 최다 3루타(15개)였다.

그 현장에는 롯데 이종운 코치도 있었다. 이전까지 최다 3루타인 14개를 작성한 게 바로 이 코치였다. 롯데의 사령탑이 된 이종운 감독은 그때 상황을 2일 포항구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렇게 전했다.

“서건창이 기록을 작성하는 순간 존재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 나는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하니 허망했죠.”

이 감독이 뜬금없이 1년 전 이야기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롯데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400호 홈런에 도전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과 4일까지 3연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스포츠에서 기록이 갖고 있는 의미를 설명하고 싶어 했다. 단순히 선수 개인의 성적을 넘어 역사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투수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이승엽에게 400호 홈런을 허용한 투수 역시 기록에 남는다”면서 “홈런을 맞으면 힘들겠지만 그게 나중에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 말에도 불구하고 역시 투수들에게 이승엽의 400홈런은 큰 부담이다. 두고두고 회자될 게 뻔했다. 이미 이승엽의 과거 홈런 기록을 두고도 상대 투수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2003년 이승엽이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56개)에 도전할 때 제물이 된 롯데의 이정민이 대표적이다. 이정민은 전날 경기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선 이승엽의 9회 마지막 타석 때 상대 투수 신승현이 던진 공은 모두 바깥쪽으로 빠졌다. 이승엽은 스윙 한번 못 한 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삼성은 9개 구단에게 폭탄이 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돌리고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물론 10개 구단이 400호 홈런 기록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있다. 이승엽의 사라진 8년에 대한 기록이다. 이승엽의 400홈런에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기록한 159개 홈런은 들어있지 않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미국과 일본의 최다 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배리 본즈(762홈런)나 왕정치(868홈런)가 활동할 때는 다른 리그로 진출하는 시절이 아니었다”면서 “까다로운 일본 투수를 상대로 때린 홈런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