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쯔강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3일 중국 당국이 수색작업을 가속하며 인명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족들을 기적을 바라고 있지만 아직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관영 CCTV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현재 사고 선박에 승선했던 456명 중 14명이 구조됐고 18명의 사망이 확인됐다. 아직 424명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태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리커창 총리는 이날 오전 새벽에 수습된 시신 2구 앞에서 동행한 정부 관리들과 함께 허리를 숙이고 잠시 묵념을 했다. 리 총리는 전날 밤 회의에서 “조그만 희망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인명 구조에 나서달라”며 군부대와 지방당국 인력이 밤샘 구조에 나설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현재 구조 및 수색 작업에 동원된 인원은 4000여명에 이른다. 양쯔강 상류에 있어 사고 지점 수위에 영향을 주는 싼샤댐도 전날 오전부터 3차례에 걸쳐 방수량을 줄여 빠른 유속으로 인한 구조작업의 어려움을 덜어줬다. 잠수부들도 속속 추가 투입되고 있다. 현재 전날 밤 120명이 우한에서 공수됐고, 광저우에서도 이날 추가로 50여명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구조 작업은 순조롭지 않다. 급한 물살로 인해 전복된 사고 선박은 애초 가라앉은 위치보다 하류 쪽으로 3㎞가량 밀려 내려간 상태다. 급류와 강한 비바람으로 인해 물밑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잠수부들의 작업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CCTV는 전했다.
현재 공안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선장에 대한 책임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일단 선장이 가장 먼저 배를 버리고 빠져 나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2분 사이에 갑자기 배가 완전히 뒤집혔다면 선장도 승객들을 대피시키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시 강풍 속 운항 중에 안전 조치 등을 충분히 취했는지 여부와 사고 직후 조난 신호 등이 제대로 발신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당국의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사고 당일인 지난 1일 기상 당국이 7차례 황색경고를 발령하는 등 기상이 악화됐는 데도 선장이 무리한 운항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신보는 사고 선박 주변에 있던 다른 배의 선장을 인용, “둥팡즈싱호가 사고 직전 닻을 내려 정박하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재신망은 1994년 2월 건조된 둥팡즈싱호가 위층 객실과 방화(防火) 시설 등을 포함해 여러 차례에 걸쳐 개조됐다고 보도했다. 여객선이 전복된 일차적인 원인이 강력한 회오리바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잦은 개조로 인해 선체 불균형이 심화됐을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피해 가족들은 더딘 구조 작업에다 당국이 정확한 정보도 제공해 주지 않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부인의 생사를 모르는 지푸민씨는 상하이에서 사우스차니아모닝포스트(SCMP)에 “뉴스를 통해 사고 소식을 듣고 여행사 사무실로 달려갔더니 문은 닫혀 있고 후베이성 해사국에 연락하라는 메모만 붙어있었다”면서 “하지만 해사국은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중국판 세월호’… 먼저 배 버린 선장, 7차례 기상악화 경고에도 무리한 운항
입력 2015-06-03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