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제프 블라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3일(한국시간) 전격 사임함에 따라 FIFA 수장직은 ‘무주공산’이 됐다. 일단 블라터 회장의 대항마로 나섰던 세력들이 또 한번 ‘축구 대통령’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최근까지 블라터 회장의 사임과 FIFA 개혁을 주장한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64)도 ‘대권’ 출마를 시사했다.
가장 먼저 손꼽히는 인사는 미셸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다. 그는 이번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포기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UEFA를 이끌고 있는 플라티니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FIFA 개혁을 부르짖으며 블라터 전 회장의 대항마로 자기 입지를 착실히 다져왔다. 특히 견제 세력의 핵심인 그렉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장이 블라터 회장 사임 이후 플라티니 회장을 중심으로 FIFA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FIFA 회장 선거에서 UEFA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며 블라터 회장과 맞섰지만 패퇴한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도 대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블라터 회장이 5선에 성공한 후 그에게 사임을 요구한 정몽준 명예부회장도 유력한 ‘잠룡’ 중 한 명이다. 정 부회장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축구를 위해서 FIFA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필요하면 나도 돕겠다”고 말했다. 차기 FIFA 회장을 뽑는 임시 총회는 이르면 오는 12월, 늦어도 3월까지는 개최될 전망이다.
블라터 회장이 끝내 내려놓지 않으려 했던 FIFA 수장직은 돈과 명예, 권력을 동시에 쥘 수 있는 ‘축구 대통령’ 자리다.
축구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종목인 만큼 FIFA 회원국 수는 유엔가입국(193개국)보다 많은 209개국이나 된다. 당연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는 FIFA 회장은 외국 방문시 국가원수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해당국은 공항에서 정부 고위관리들을 보내 영접하고 최고급 호텔과 차량, 그리고 수십 명의 경호요원을 제공한다.
FIFA 회장은 특히 4년 마다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월드컵을 열기 때문에 막대한 돈을 주무른다. 이에 FIFA 회장은 수억 달러가 걸려 있는 공식파트너 선정과 TV 중계권에 대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2011년 FIFA재정보고서에 따르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총수익금이 6억3100만 달러(약 7074억원)에 달할 정도로 이익이 막대하다. FIFA 회장의 연봉은 400만 달러(51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무주공산된 FIFA 회장]정몽준? 플라티니? -축구대통령 누가 될까
입력 2015-06-03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