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서 구입한 슬래브로 철강 선재를 생산하며 큰 매출을 올려온 코스틸 박재천(59) 회장은 ‘세계를 지배하는 작은 기업’을 강조해왔다. 2010년 8월에는 “나는 ‘아르셀로 미탈’이라는 롤 모델을 마음에 품었다”며 세계 1위 철강업체를 벤치마킹하자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는 “기업이란 하나의 생각으로 움직이는 생명체”라거나 “2배 3배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등의 말을 하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코스틸은 ‘히든챔피언 육성기업’으로 선정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작 딴 생각에 몰두하던 이는 회장 본인이었고, 그가 갈고닦은 것은 ‘횡령의 기술’이었다. 박 회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거래업체 2곳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곤 사들이지도 않은 물품대금 46억여원을 지급했다. 이 돈은 박 회장이 코스틸 대표로 취임하며 세운 대부업체 미다스캐피탈로 돌아와 그대로 비자금이 됐다(국민일보 4월 10일자 12면 참조). 박 회장은 미다스캐피탈에서 19억원에 가까운 돈을 빼내 생활비로 썼다.
박 회장은 회계팀 직원들과 공모해 코스틸홀딩스에 지고 있던 단기대여금 빚을 없애버리기도 했다. 거래업체 2곳을 동원해 얻은 융통어음으로 코스틸홀딩스 빚을 상계처리한 뒤, 어음 결제는 결국 코스틸이 하도록 꾸민 것이다. 박 회장은 회사에 다니지 않는 장인에게 급여를 지급해 챙기기도 했다.
이렇게 갖은 방식으로 그가 횡령한 코스틸 자금은 80억8600여만원이나 된다. 코스틸홀딩스와 합치면 총 13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박 회장을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박재천 코스틸 회장이 갈고 닦은 ‘횡령의 기술’… 135억 되기까지
입력 2015-06-03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