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고위직 7명에 대한 전격 체포부터 제프 블라터 회장의 사임 발표까지 일주일은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FIFA 차기 회장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27일 오전 6시(현지시간) 스위스 경찰은 취리히에 있는 ‘바우어 오 락’ 호텔을 급습했다. 스위스 경찰은 총회 참석을 위해 이 호텔에 묵고 있던 FIFA 집행위원회 부회장 2명 등 총 7명의 FIFA 고위직을 전격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블라터 회장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스위스 검찰은 후속 조치로 FIFA 본부를 수색해 전자서류와 문서를 압수했다. 돈세탁이 의심되는 스위스 일부 은행의 계좌 동결과 자료 제출도 요구했다. 동시에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22 카타르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 참여했던 집행위원 10여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도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된 7명을 포함한 FIFA 간부들과 스포츠 마케팅 관련 인사 14명을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스위스가 공조해 FIFA에 대한 부패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미국 수사당국은 FIFA 부패의 몸통으로 블라터 회장을 지목했다.
충격을 받은 세계 축구계에선 차기 회장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선거는 연기되지 않았다. 전 세계 축구계는 블라터를 지지하는 쪽과 블라터를 반대하는 쪽으로 양분됐다. 특히 유럽축구연맹(UEFA), 미국·캐나다·호주축구협회 등은 회장 후보로 나선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를 지지하며 블라터에게 사임을 촉구했다.
그러나 아시아(AFC)·아프리카축구연맹(CAF), 남미축구협회(CONMEBOL) 등의 지지를 받고 있던 블라터는 사임을 거부했고 29일 치러진 선거에서 이겨 5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블라터 회장에 대한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FIFA 총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된 데이비드 길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장은 그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사임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FIFA는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하고 수사당국과 협력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블라터가 사의 의사를 밝히지 않고 버티자 UEFA는 FIFA의 최고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에서 사퇴하기로 했다.
블라터 회장은 지난 31일 영국 언론에서 자신이 스위스 검찰에서 소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급격히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
미 ABC방송은 2일 수사상황을 잘 알고 있는 복수의 익명 취재원을 인용, FBI와 연방검찰이 사의를 표명한 블라터 회장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취재원은 FBI 요원들이 수사 대상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몸통’이 누구인지 대도록 하는 수사 기법에 대해 설명하며 “이제 (부패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이 스스로 살 길을 찾으려고 할 것이므로 누가 먼저 (블라터가 연루됐다고) 불지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FIFA 고위급 체포부터 블라터 회장 사임까지… 한 편의 영화 같은 일주일
입력 2015-06-03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