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우리 교회가 전교인 체육대회를 했다. 안수집사회 주관으로 온 교회 교우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돼 33도의 뜨거운 날씨 속에서 하루 종일 신명나고 재미있는 축제의 장을 펼쳤다. 솔직히 나는 체육대회를 하자고 할 때 염려스럽고 걱정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행사하기로 한 날에 비가 내리면 어떻게 하나?’ ‘모처럼 맞는 공휴일인데 요즘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한 교우들이 얼마나 참석하게 될까?’ ‘정작 체육대회를 개최했지만 지루하고 재미없는 진행으로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면 어떻게 하나?’ 등등 내가 생각했던 우려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에 열린 체육대회는 그런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버렸다. 프로페셔널리즘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교회의 다양한 재능들을 가지고 있는 성도들이 이런 방법 저런 방법으로 참여하고 봉사하면서 어쩌면 교회 전교인 체육대회의 모범적인 행사라고 내놓아도 전혀 손색없는 행사를 치러냈다. 감사하게도 날씨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짜증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각 공동체마다 재미있는 응원들과 또 눈높이에 맞춘 적절한 경기배치로 인해 전체적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진행됐다.
모두가 끝나고 돌아가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너무 행복했다. 무엇보다도 중간에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서 참여했던 것이 서로에게 큰 힘이 됐던 것 같다. 중간에 흩어져버리지 않고 대부분 남아 있었다는 사실에 서로가 놀랐다고 이야기들을 했다. 사실 그렇다. 아무리 좋은 행사를 마련했다고 할지라도 정작 참여도가 낮다면 맥이 빠져버릴 수 있다. 누군가 “나는 이만 집에 갈란다” 하면서 가버리고 그 말을 들은 또 다른 사람이 “나도 갈래” 하면서 한 사람 두 사람씩 빠져버리면 순식간에 맥이 빠져버린 행사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부분 그 자리에 남아 있었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됐던 것이다. 사실 전체를 위해서 내가 크게 공헌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큰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힘이 된다.
각 공동체의 응원은 끝까지 계속 돼서 더욱 흥을 돋우었다. 역시 응원이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응원을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응원 단장은 계속해서 흥을 돋우었고 각 팀은 계속해서 꽹과리 소리에 맞추어 응원을 했다. 그렇게 이번 체육대회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체육대회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체육대회는 영적으로 건강한 성도들의 체육대회였고, 모두가 함께 해 즐거운 체육대회였다.
좋은 교회는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번 체육대회에서 우리가 실감했듯이 모두가 함께 좋은 교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지금 시대는 강력한 카리스마에 의해 무엇인가를 이루는 시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협력해 힘을 발휘하는 시대다.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대단한 파워를 발휘한다. 예배의 자리에 내가 있을 때, 그 예배는 능력이 있는 예배로 드려질 수 있을 것이다. 기도의 자리에 내가 참여하고 함께 할 때, 그 기도회는 능력이 있는 기도회가 될 것이다. 찬양의 자리에 내가 동참할 때, 그 찬양은 뜨겁고 벅찬 감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전도의 자리에 우리 모두가 참여할 때, 그 옛날 초대교회의 놀라운 역사가 재현될 것이다. 내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의 위대한 힘을 잊지 말자. 좋은 교회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국진 목사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목회자칼럼]대구남부교회 이국진 목사, "건강한 성도, 함께하는 교회"
입력 2015-06-03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