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일주일을 겨우 넘긴 회사원 송서영(29·가명))씨는 출산 후 집에 돌아온 이후부터 알 수 없는 공허함으로 매일 매일이 불안하고 짜증스럽기만 하다. 거기에 매일 밤마다 울어대는 아기와 함께 밤을 지새우다 보니 잠도 못 자고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면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됐다. 출산 하면 새로 태어난 아기와 늘 행복할 것만 같았는데 생각보다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아 우울감만 더해지는 듯 하다.
송 씨는 왕성한 사회활동을 할 때와는 달리 아기와 집에만 있다 보니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여겨지고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모성결핍인지 자신의 심리적 문제인지 아기에게 많은 사랑을 쏟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책감에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하다.
신의 축복이라던 아이를 뱃속에 품고 손꼽아 기다리던 출산을 했지만 기쁨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면 산모 스스로도 많은 혼란을 겪게 된다. 표현하기 힘든 버거운 감정들로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다면 주위의 가족들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직접적으로 아기를 키우고 돌봐야 하는 산모들이 산후 회복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렇듯 출산 후 산모들이 겪게 되는 급격한 감정의 기복은 새로운 가족구성원을 맞이하는 데 순조로운 출발을 방해할 수 있다.
그래서 출산 후 유발되는 우울감을 단순히 감정의 변화로 인식하기 보다는 우울감을 유발하는 원인과 그에 따른 증상을 이해함으로써 산모가 지혜롭게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가족 모두가 집중할 필요가 있다.
출산 후 우울감을 호소하는 산모들을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출산 여성의 반 이상이 산후우울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출산자체가 육체적 고통을 유발하는데다가 출산 후 산모의 몸이 급격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따라서 극도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산모들의 우울감은 더해지기 마련이다.
호르몬 변화에 따른 산모의 우울감은 출산 직후 2~3일 정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출산 후 산모는 보름을 넘기면서 정서적 안정을 되찾아 산후 조리와 육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보통 산모들은 출산 후 일시적인 우울감을 극복하고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우울감이 한 달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산후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산후우울증은 단순한 우울한 감정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징후를 가져 오기도 한다. 2~3시간 마다 수유를 해야 하기에 수면장애가 발생 할 수 있고, 식욕감소와 증가 또는 체중증가와 체중감소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우울증에서 오는 증상들은 극과 극을 달리기도 한다.
광동한방병원 산후센터 최우정 원장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두통과 어지럼증, 소화불량이나 복부팽만감과 같이 단순한 증상에서 시작해 가슴이 답답하거나 분노조절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불면증과 옆구리가 그득하고 결리는 듯한 느낌이 있는 등에 전신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과정에서 발생되는 과도한 출혈과 스트레스는 민감한 여성의 몸의 균형을 깨트리기 쉽다. 산모의 우울증은 출산과정에서 겪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기인하는 만큼 일반우울증과는 달리 몸의 기운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치료와 병행돼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산후우울증에 대한처방탕약과 함께 침, 뜸, 부항, 그리고 좌훈요법과 온향요법, 두한족열요법, 전신약찜 등 한의학적 치료로 산후우울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광동한방병원 산후센터 조진형 원장은 “특히 뜸과 아로마를 결합한 온향요법은 뜸의 효과를 극대화 시킨 것으로 출산 후 몸에 퍼진 냉기를 제거함과 동시에 양기를 회복시켜 출산 후 회복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우울감을 유발하는 원인을 단순히 정신적 문제로 보지 않고 출산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함께 심신의 밸런스를 회복하는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산후 우울증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병기 기자
출산의 기쁨이 왜 우울증으로 이어질까?
입력 2015-06-03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