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탈모치료제가 남성호르몬을 억제할까?

입력 2015-06-03 13:23

구미에 사는 박모(35)씨는 최근 탈모 치료제 복용 지속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결혼을 앞두고 탈모치료제가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려 성기능과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들어왔으나 그 동안 특별한 이상이 없어 꾸준히 복용을 해오던 박씨. 막상 결혼을 앞두고 2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니 불안한 마음이 들어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하기로 마음먹었다.

본격적인 웨딩시즌을 맞아, 백년가약을 맺는 연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신혼 살림부터 자녀 계획까지,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예비 부부들. 하지만 마냥 기쁘지 않은 이들이 있으니, 바로 탈모인들이다. 먹는 탈모치료제가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리고 이와 관련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인동CnK피부비뇨기과 정연호(사진) 원장은 “먹는 탈모치료제가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잘못된 속설”이라며, “탈모의 원인은 남성호르몬이 아닌 DHT라는 물질로, 탈모치료제 역시 DHT 생성을 억제할 뿐 남성호르몬에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성호르몬이 탈모를 일으킨다?

탈모치료제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탈모를 일으키는 물질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항간에 퍼진 오해와 달리, 탈모는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서 발현되는 것이 아닌 유전과 DHT가 동시에 작용하여 발현되는 질환이다.

DHT는 모낭을 위축시켜 모발의 연모화를 촉진하는데, 이는 다름 아닌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특정 효소에 의해 변환된 물질이다. 비록 DHT가 테스토스테론 변환 물질이기는 하나, 그 역할은 테스토스테론과 상이해 성인 남성의 성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탈모 치료제를 복용하면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진다는 속설 역시 사실이 아니다.

탈모 치료제는 탈모의 원인 물질인 DHT를 억제할 뿐, 테스토스테론에 작용하는 약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성기능 부작용에 관해서는 5년간의 임상을 통해 그 안전성이 검증되었는데, 부작용 발생률이 위약 투여군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장기 복용 시 더욱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탈모에는 안심하고 약물치료 하세요!

탈모는 한 번 증상이 발현되면 의학적 치료를 하지 않는 이상 증상이 계속해서 심화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탈모 치료법은 ‘조기 발견과 적절한 의학적 치료’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초기 탈모는 먹고 바르는 약물치료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먹는 탈모치료제는 임상 연구를 통해 90% 이상의 탈모 억제 효과와 70% 이상의 발모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다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3개월이 소요되며 복용 1년 시점에서 극대화 된다고 하니, 효과가 없다고 섣불리 복용을 중단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먹는 탈모 치료제와 함께 바르는 탈모 치료제를 아침 저녁으로 두피에 도포하면 모근 세포에 세포 성장 촉진 인자로 작용하여 더욱 확실한 탈모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심한 탈모에는 모발이식 수술과 약물치료 병행하기

1년 이상 약물치료를 지속했음에도 효과가 없거나 이미 탈모가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모발이식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모발이식 수술은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 후두부 모발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로, 한 번 심은 모발은 영구히 빠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흉터와 통증에 대한 부담과 비교적 긴 회복시간으로 인해 수술을 꺼리는 이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수술 기술이 발달되어 흉터와 통증을 줄이고 빠른 회복이 가능해졌다. 단, 한 번의 수술만으로 탈모 진행이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식 부위 이외의 부위에서는 계속해서 탈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꾸준히 먹고 바르는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정연호 원장은 “탈모는 치료에 비교적 긴 시간과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질환이다”며 “탈모 초기부터 꾸준히 먹고 바르는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모발 이식 수술을 한 경우에도 약물 치료 및 두피 관리를 지속해 추가적인 탈모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