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콜 전 총리, 위중설 부인

입력 2015-06-03 10:43

독일 통일의 주역이자 역대 최장 기간 총리를 지낸 헬무트 콜(85)이 위중하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콜 전 총리의 베를린 소재 사무실이 그의 위독설을 직접 부인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2일(현지시간) 콜 전 총리가 장(腸) 수술을 받고 3주 동안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주간지 ‘분테’가 콜 전 총리의 건강 악화 소식을 보도한 것을 토대로 추가 취재한 결과를 담은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콜 전 총리 주변 인사들을 인용해 그의 건강 상태가 위중하다고 밝혔으나, 해당 병원으로부터는 환자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뚜렷한 의견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4일 콜 전 총리는 고관절 수술을 받았고, 이후 재활 과정을 거쳐 건강을 회복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고 대중지 빌트는 보도한 바 있다.

콜 전 총리는 2008년 계단에서 넘어져 뇌진탕을 겪은 이후로는 줄곧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지내왔다.

그러나 콜 전 총리 사무실은 이날 그의 건강 악화를 다룬 보도가 파장을 일으키자 dpa 통신의 확인 문의를 받고서 밝힌 성명을 통해 고관절 수술 이후 휴양하면서 물리 치료를 받고 있다며 위독하지 않다고 밝혔다.

콜 전 총리는 중도우파 정당인 기독교민주당(CDU) 당수로서 1982년부터 1989년까지 서독 총리를 지낸 데 이어 1990년 통일 이후에도 1998년까지 통독 총리를 역임한 독일 현대사의 중추적 정치인으로 꼽힌다.

콜 전 총리는 특히 1989년 11월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온갖 비판과 우려에도 단계적 통일론이나 평화공존론 대신 조기통일론을 밀어붙어 통일을 앞당겼을 뿐 아니라 유로화 도입 기반을 다지고 유럽 통합 심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으로 우뚝 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첫 통독 정부의 초대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하며 오늘날 메르켈의 정치적 고속 성장을 크게 도왔다. 당시 메르켈은 공산정권이 무너지고서 잠시 국정을 책임진 동독 마지막 정부에서 부대변인을 지낸 이력이 고작이던 풋내기였다.

그러나 CDU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추문에 휩싸여 위기에 몰리는 과정에서 1999년 자신의 정치적 양녀(養女)로도 불리던 메르켈 당시 사무총장에게서마저 결별을 통보받고서 큰 타격을 입고 2002년 정계를 은퇴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멀어지면서 예전의 동지적 관계를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지난 4월 85세 생일을 맞은 콜 전 총리의 정치적 업적을 높게 평가하고 “당신은 독일의 축복이었다”고 축하하며 가까이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