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병원만 안가면 아이들 감염 가능성 적다”…본질은 ‘병원내 감염’

입력 2015-06-03 07:09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아이들을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일부 유치원과 초·중·고교 휴교 소식이 알려지자 엄마들 커뮤니티가 들끓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만 조심하면 발병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글로벌의학센터장과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국제보건) 등 전직 질병관리본부장 2명은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을 가는 상황만 잘 조심하면 영유아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발병 가능성은 아직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메르스 사태의 본질이 ‘병원 내 감염’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의 환자·환자 가족·의료진이 메르스 감염자와 가깝게 접촉하면서 병원 울타리 내에서 병이 돌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발병 병원과 인적 교류가 없었던 공공장소나 회사 등에서도 환자가 쏟아지는 사태('지역사회 감염')가 일어나기 전까지 유치원·학교·가정에 메르스 여파가 들이닥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언론이 부각한 메르스 3차 감염(바이러스가 사람을 따라 연쇄적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모두 병원 안에서만 일어나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메르스가 병원을 뛰어넘어 갑자기 이곳저곳을 덮치는 지역사회 감염이 정말 무서운 것인데 아직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도 “현재는 병원에서 메르스에 걸린 사람이 아이들에게 병을 옮길 위험성 정도만 있다”며 “발병 병원을 거친 사람만 주변에 없으면 평상시처럼 지내도 무방하다”고 당부했다.

단, 보건당국이 발병 초기 병원에서 감염위험 노출자를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였다고 두 사람은 강조했다.

처음 환자들을 잘 격리해 감염자를 최소화한 미국 등 선진국과 정반대 결과를 빚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사태의 출발점이 병원이었던 만큼 해법에서도 병원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