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에게 홈런을 맞는 것도 역사다. 정상적인 승부를 펼칠 것이다.”
이종운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2일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 같이 밝혔다. 롯데는 지난 2003년 이승엽의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을 내줬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이승엽의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400홈런에서도 제물이 될 수 있었다.
투수들의 부담감도 클 법했다. 400홈런이 회자될 때마다 홈런을 허용한 투수의 이름이 거론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맞고 나면 힘들겠지만 그것도 좋은 약이 될 것”이라며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홈런을 맞는다면 본인도 야구사에 남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이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2003년 56호 홈런을 내줬던 이정민도 마운드에 올렸다. 공교롭게도 다섯 번 타석에 오른 이승엽은 세 번의 만루 상황을 만났다. 롯데 투수들로선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펼쳐야 했다.
이승엽도 경기 후 “홈런이 나오려면 주자없는 상황에서 마음 편히 치는 게 좋다”면서 “첫 타석부터 만루에 나가서 긴장한 것 같다. 하루에 만루 찬스 3번에 타석에 선 것도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
포항=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정면승부하겠다” 약속 지킨 롯데 이종운 감독
입력 2015-06-03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