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사망자 만성질환으로 고위험군… 메르스가 ‘방아쇠’ 역할

입력 2015-06-02 21:26

보건 당국이 2일 발표한 메르스 사망자 2명은 모두 바이러스나 세균성 감염병에 취약한 만성질환 보유자들이었다. 평소 갖고 있던 지병(기저질환)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방아쇠’ 역할을 했을 수 있다.

메르스 고위험군은 50세 이상 고령자나 천식, 만성폐질환 및 호흡기질환, 신장(콩팥)질환, 당뇨병, 면역저하질환(암, HIV 감염자)을 갖고 있거나 항암치료, 장기이식,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 환자 등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메르스 환자 연령 분포의 중앙값은 50세였고, 많은 사망자가 이런 공통적 위험요인을 갖고 있었다.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은 “메르스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처럼 폐를 침범하지만, 콩팥 기능을 망가뜨리는 특성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첫 사망자 Z씨(57·여)는 천식·고혈압과 함께 ‘의인성 쿠싱증후군’(관절염 치료용 스테로이드 약물복용에 따른 질병) 등 여러 질환을 갖고 있었다. 천식에 따른 호흡곤란으로 입원했다가 첫 환자 A씨(68)와 접촉했고 이후 상태가 나빠져 급성 호흡기능 상실로 끝내 숨졌다.

김 이사장은 “Z씨는 만성폐질환인 천식에다 면역 억제를 일으키는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으로 면역력이 매우 떨어진 상황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치명적 상황이 초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천식은 공기가 들락거리는 길인 기관지에 염증이나 근육 경련이 발생해 호흡이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두 번째 사망자 F씨(71)는 중증 호흡기질환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오랫동안 앓아왔다. COPD는 담배나 먼지, 가스 등이 원인이며 숨쉴 때 기관지가 좁아지거나 파괴되고 기관지 끝인 폐포가 망가지면서 천천히 폐기능이 저하돼 숨이 차게 되는 병이다. F씨는 2011년 신장암으로 한쪽 신장을 잘라낸 상황인 데다 70대라는 고령이 치명적인 사망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두 사람을 진료한 의료진도 “두 사망자는 호흡기질환을 갖고 있다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상태가 악화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메르스 사망자가 속출할 가능성은 배제키 어렵다. 현재 확진 환자 25명 가운데 사망한 2명을 빼고도 11명이 50대 이상 고령자다. 그중에는 만성질환자도 적지 않으며 실제 2, 3명은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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