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 발표 15주년 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되면서 한반도 정세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단순히 공동행사 무산에 그치지 않고 향후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중폭시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6·15 공동행사를 무산시킨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의미로 8·15 70주년 공동행사 역시 열릴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음을 뜻한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끈이 사실상 사라져 버린 셈이다.
개성 만월대 공동조사 등 남북간 민간교류가 일부 남아있지만 그동안의 전례로 미뤄 당국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할 예정이지만 남북관계 해소의 장이 되기보다는 국제경기 참석이라는 스포츠 행사의 성격에 머물 전망이다.
오히려 최근 들어 대북 압박에 대한 한미일 3각 공조가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어서 북한이 다양한 도발행위로 반응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지난달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 이어 국방장관 연쇄 회담을 갖고 북한 위협에 대한 공조체제와 압박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31일 대변인 담화에서 이 회동을 거론하며 더는 비핵화 대화를 하지 않으며 핵무력 등 자위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오는 8월부터는 북한이 남한과 미국에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시종일관하게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한미 군사훈련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남북간 악재는 첩첩산중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북한이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남북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했지만 남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으로 관계를 파국으로 몰았다고 비난했다.
현재 벌어지는 대잠전훈련 등을 거론한 것이지만 향후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시작되면 북한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임을 보여준다.
거기에다 북한이 올해 가장 중시하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까지 남아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당창건 기념일에 인공위성 발사를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북한은 매체에서도 위성 및 미사일 발사의 당위성을 부쩍 주장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일 논설에서 우주 개발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며 북한의 '평화적인' 인공위성 발사를 범죄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 1일 2012년 발사한 '은하-3호'의 위력과 관련, 한미 조사단의 발표를 인용해 "500kg의 핵탄두를 1만3천km까지 쏠수 있다는 성능"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또다시 강행된다면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뒤따를 것이 자명하고 이에 북한은 나아가 제4차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카드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다 그동안에는 중국이 북한의 도발적 행보에 충격완화 역할을 어느 정도 해왔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삐걱거리기 시작한 북중관계는 2년째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은 북한문제에서 중재력을 상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北, 남북관계 개선 꿈 접었다?” 6.15공동행사 무산…한반도 정세 악화 전망
입력 2015-06-02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