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과 관련, 국회 파행 가능성과 청와대 책임론을 언급하며 거부권 저지에 나섰다.
또 국회 입법과정을 거치지 않고 행정입법에 의존하려는 행정부의 관행적 태도를 '행정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법률에 위배되는 일부 시행령을 '하극상 시행령'이라며 국회법 개정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6월 국회가 파행하면 온전히 청와대의 책임"이라고 '경고'했다.
안철수 의원도 트위터에서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국회가 법률에 어긋나는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수 없다면 그것은 위임이 아니라 방임"이라며 "시행령 수정 요구는 국회의 고유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박광온 의원은 "행정독재적 발상"이라며 "하극상 시행령이 과연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부처 이기주의의 소산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당장 6월 국회에서 세월호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점검 태스크포스(TF)를 농해수위에서 가동키로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아울러 야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가 함께 통과시켰다는 것을 적극 부각시키며 이번 논란을 '청와대 대 야당의 구도'가 아닌 '행정부 대 입법부의 구도'로 프레임을 짜기 위해 부심했다.
또 청와대와 새누리당, 여당내 친박계와 비박계간 '자중지란'을 의식해 당청간 및 여권내 갈등을 부추기켜 '틈벌리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 거부권을 행사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진실된 마음으로 호소하고 싶다"면서 "제가 여당 대표였다고 하더라도 이번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실제로 효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여야가 앞으로 시행령에 위임할 부분까지 전부 법에 담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회의에서 "여야가 찬성한 법을 청와대가 거부한다면, 여당 의원들의 소신정치가 위태로운 시험대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원내지도부는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에 맞서기 위해 다른 법안들을 연계시키는 대응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때에는 6월 국회는 '올스톱'될 것"이라면서 "(이에 대응하려면) 다른 법안과 연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총리 인사청문회 일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여부 결정 시한보다 앞서 있어 어떻게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며 시간을 끄느냐가 풀어야할 문제다.
일각에서는 연계대응 등 '강공'이 역풍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가 파행해 민생 및 경제관련 법안 처리가 미뤄질 경우 야당 책임론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도 이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거부권 행사시 6월 국회를 정상적으로 하겠냐"는 질문에 "여야가 대책을 논의해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법안에 찬성한 211명의 국회의원들이 자기분열적 행동을 할 수는 없을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결이 이뤄질 경우 이를 어떻게 다시 관철시키느냐도 야당의 고민거리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법률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과반수 의원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서 여당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야당만의 힘으로는 관철할 수 없다. 야당내 일각에선 '플랜 B'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野, 거부권-국회 파행 연계 구도 형성
입력 2015-06-03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