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오른 쪽으로 많이 날아갔는데 오늘은 바람이 이쪽으로 부네요. 이승엽이 밀어친다면 이쪽으로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삼성팬 설영운(25)씨는 2일 포항구장의 좌측 외야석에 선 채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오른 손에 낀 글러브를 왼손으로 툭툭 쳤다. 설씨는 배영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설씨는 배영수가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뒤 삼성을 더 이상 응원하지 않았다.
그랬던 설씨가 경주에서 포항구장까지 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승엽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400홈런을 작성하는 현장을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좌·우측 외야 1500석은 전날 매진됐다. 특히 좌타자 이승엽의 유력한 홈런 존인 우측 외야석 750석 예매는 일찌감치 마감됐다. 설씨도 우측 외야석을 구하지 못해 좌측 외야석 표를 샀다.
그는 “56홈런 때는 나이가 어려 그 의미를 잘 몰랐었다”면서 “400호 홈런은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역사인 만큼 현장에서 보고 싶어 달려왔다. 정말 대단한 선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설씨처럼 이승엽의 홈런을 기대하는 관중들은 일찌감치 경기장에 몰려들었다. 내야석보다도 자유석인 외야석은 오후 4시 30분 입장이 시작되자 마자 사람들이 속속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내야석은 드문 드문 빈자리가 많았지만 우측 외야석은 경기 시간 한 시간 전에 이미 빼곡하게 찼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지난 2003년 이승엽이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에 도전할 때 나왔던 잠자리채 풍경을 볼 수 없었다. 세이프 규정 때문이다. KBO는 구장 내 안전을 위해 1m 이상의 물건은 반입금지시키고 있다. 1
포항=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이승엽 400호 눈앞… 잠자리채는 없었지만 관중석은 뜨거웠다
입력 2015-06-02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