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는 좋겠어요. 나는 이런 기록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스포트라이트 다 받잖아요.”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2일 포항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만난 취재진들에게 이승엽을 향한 질투어린 속내를 드러냈다.
이승엽은 이날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400홈런에 도전한다. 대단한 기록이 주는 무게감을 류 감독이 가벼운 농담으로 표현한 것이다.
류 감독은 “이호준(NC 다이노스)과는 100개 정도 차이가 나는데 1년에 30개씩 쳐도 3, 4년은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은 안 깨질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잠실구장으로 먹고 산다. 내세울 게 그것 밖에 없다”면서 “야구하면서 100호 홈런 기록도 힘들다”고도 했다.
1982년 7월 15일 잠실구장 개막 당시 대구 경북고등학교 야구부 선수였던 류 감독은 개장 기념으로 열린 고등학교 초청 경기에서 잠실구장 1호 홈런을 때렸다.
대단한 기록을 작성한 이승엽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승엽의 400홈런은 성실성과 준비된 자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자리 관리를 철저히 해 부상도 없었다. 상대 투수의 장·단점도 파악했다”고 했다.
그런 만큼 400호 홈런공에 대한 가치도 10억원이라고 통 크게 제시했다.
류 감독은 “오늘 아침 식당에서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을 만났는데 부산고 출신이라며 이승엽의 400홈런의 값은 얼마나 되느냐고 묻더라”면서 “어르신이 물어보시는 거라 대답을 했다. 10억원이라고”라고 말했다. 이어 이승엽이 은퇴하면 그 공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도 했다.
이승엽이 400홈런을 때릴 때 특별히 생각한 세리머니가 있냐는 질문에 대한 남다른 기억을 떠올렸다.
류 감독은 “한 선수 단일시즌 최다홈런 아시아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때릴 때 나는 3루 코치였다”며 “보통 하이파이브를 하는 데 그때는 안아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처럼 점프애서 엉덩이를 부딪혀 볼까”라며 기자들에게 되물은 뒤 “이승엽은 모를 텐데 나 혼자만 하면 어떡하지”라며 시원하게 웃었다.
포항=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류중일 “승엽이는 좋겠어요. 스포트라이트 받잖아요”
입력 2015-06-02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