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콩쿠르 휩쓴 목회자 아들 박재홍군 인터뷰

입력 2015-06-02 15:00
강민석 선임기자

“지금까지 일군 성과들은 전부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서울예고 1학년 박재홍(16)군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피아니스트인 박군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전 세계 청소년 피아노 연주자 100여명이 참가한 미국 클리블랜드 주니어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클리블랜드 콩쿠르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로 올해는 처음으로 청소년(12~18세) 경연을 별도로 열었다.

박군은 “최초로 열린 주니어 대회였지만 클리블랜드 콩쿠르의 위상이 대단한 만큼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독일 에틀링겐 콩쿠르에서도 입상(4등)한 경력이 있다. 에틀링겐 콩쿠르는 폴란드 루빈스타인 콩쿠르, 러시아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청소년 콩쿠르로 꼽힌다.

“에틀링겐 콩쿠르는 한 번의 경연으로 등수를 매기지만 클리블랜드 대회는 다르더군요. 결선 진출자 13명이 총 4번의 경연을 펼쳐 누적된 점수로 랭킹을 매겼습니다. 더 공정한 시스템인 거죠. 이런 콩쿠르에서 1등을 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박군이 처음 피아노를 배운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서울예고 진학을 위해 상경하기 전까지 그는 대구에서 자랐다. 대구의 한 작은 피아노학원이 그에게는 놀이터이자 제2의 학교였다. 그의 아버지는 대구 북구 우리루터교회 담임인 박주영(54) 목사. 박 목사는 외동아들인 박군이 언젠가 교회에서 찬양 반주를 하면 좋겠다는 기대감에 피아노학원으로 보냈다.

그런데 박군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늘었다. ‘피아노 영재’였던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오디션을 통해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 들어갔다. 현재 평일에는 서울예고에서, 토요일에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수학한다. 유명 피아니스트 김대진(53)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그의 스승이다.

“김대진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 정말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세심하게 저희를 가르쳐주는 모습을 볼 때면 소름이 끼칩니다(웃음).”

박군은 벨기에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언급하며 어른이 되면 이들 대회를 석권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궁극적인 꿈은 진정한 예술가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후 5시쯤 귀가해서 매일 새벽 2~3시까지 연습합니다. 휴일에는 하루 종일 피아노만 치고요. 연습이 고문처럼 여겨질 때도 있지만 한 단계씩 도약하는 기분을 느낄 때마다 엄청난 쾌감을 느낍니다. 지금은 무조건 열심히 연습하자는 생각밖에 없습니다(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온라인편집=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