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궁에 황금 변기가 있다고?' 터키 대통령, 야당 의혹 제기에 발끈

입력 2015-06-02 14:37
MFS-The Other News의 풍자 그래픽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새 대통령궁에 황금 변기가 있다’는 야당 대표의 주장에 발끈하고 나섰다고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터키 야당은 오는 7일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완공된 대통령궁의 규모와 호화 시설을 공격해왔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최근 유세에서 “앙카라의 신사 분은 궁전도 짓고 비행기와 메르세데스 승용차, 황금 변기도 구입했다”며 대통령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1일 관영TV와 인터뷰를 갖고 “직접 와서 찾아보라”며 반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그런 변기가 실제로 대통령궁에서 발견된다면 사임하겠다”면서 “크르츠다로울루 대표가 황금 변기를 못 찾아내면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인민당은 그러나 불법적으로 지어진 대통령궁에 당 대표가 발을 들여놓을 이유가 없다고 맞받았다.

‘황금 변기’ 논란은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트위터 등에 호화롭게 장식된 대통령궁과 유사한 황금 변기 사진 등을 공유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꼬았다.

6억1500만 달러(6900억원)를 들여 지난해 말 완공된 대통령궁은 자연보호구역 안에 지어진데다 평수가 15만㎡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4배에 이르고 방이 1000개가 넘어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FT는 대통령궁에 실제로 황금으로 만들어진 변기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지지율 하락으로 과반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런 논쟁이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