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와 그 이후 여야의 대응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에 송부되면, 박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공포하든지, 이의서를 붙여 국회에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를 해야 한다.
송부에 앞서 문안의 문장 체계나 오타를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1∼2주가 지나야 송부될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포함해 송부해야 할 안건이 60건에 달해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게 국회 사무처의 설명이다.
어쨌든 이달 중·하순께 '시행령 거부권' 정국이 어떻게든 판가름날 전망이다.
정부로 개정안을 송부하기 전에 위헌 여부를 판단해 여야가 재협상하는 방법이다.
새누리당에서는 29일 새벽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에 급급해 국회법 개정안은 제대로 심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헌법 학자를 불러 위헌인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당초 5일께로 예상됐던 법안 송부도 다소 늦춰지는 분위기여서 협상을 위한 시간도 어느 정도 마련됐다.
여당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겠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재협상은 없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어 재협상 착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내면 재의결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재적의원(298명) 과반(150명)이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이미 여야 의원 211명이 찬성했기 때문에 재의결로 간다면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록 박 대통령이 개정안을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재의결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돼 이른바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거부권 행사에도 국회가 법안을 재의결을 할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고, 만약 법안이 재의결되지 못할 경우에는 여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면서 정국이 혼돈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어떤 경우든 당청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이다. 양측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어 여당이 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6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놓고 당청이 충돌했을 때도 마지막에는 청와대의 의견을 존중했다. 이번에도 "대통령과 뜻이 다를 수 없다"고 말해 대통령과 맞서는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2일 "당청 간에 완전히 충돌로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재의결을 하면 충돌을 피할 수 없을 텐데 여당 의원들은 이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그대로 재의결 하지 않는다면 제3의 안을 여야가 통과시키는 방법도 있다.
지난 2013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은 재정 건정성 악화를 이유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일명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대신 다른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에는 정부가 별도의 택시지원법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거부권 행사에도 별다른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위헌 여부를 판단해 여야가 문제 있는 부분을 수정한다면 가능한 방법이다.
다만 이 역시 야당이 여당의 협상 요구에 응할지가 관건이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아예 재의결, 재개정 절차를 밟지 않고 아예 사장시키는 방안도 있다.
결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수용하고 개정안을 다시 상정하지 않는 것으로서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이 경우 당청 파국은 면하겠지만 여야 관계는 경색 국면을 피할 수 없다. 야당은 청와대의 압력에 따른 여야 합의 파기라며 여권 전체를 맹공격할 태세다.
당장 이제 막 절차가 시작된 황교안 총리후보자 청문회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6월 국회 일정이 사실상 '올스톱'되고,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각종 법안 처리도 물 건너가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하면 가뜩이나 부적격 요소가 많은 황교안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각종 법안 처리에 협조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野,국회법 개정안 재협상 없다” 점점 현실화되는 朴대통령 거부권…향후 시나리오
입력 2015-06-02 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