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격리병상 부족하고 운영도 주먹구구

입력 2015-06-02 08:26
국가지정격리병상이 절대 부족하고 운영도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환자까지 나오면서 국가지정격리병상이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에볼라, 결핵 등 각종 감염병 치료를 위해 전국의 17개 병원에 국가지정입원치료격리병상을 운영 중이다. 국가지정격리병상은 음압병상 105개, 일반병상 474개로 이뤄져 있다.

수치상으로는 음압병상에 최대 105명의 환자까지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압병상에 다인실이 포함돼 있어 1명씩 격리치료를 해야 하는 메르스 환자를 몇 명이나 이곳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메르스 환자는 여러 의사와 간호사가 대거 투입돼 집중 치료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급증하면 병상과 의료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의료현장의 실태를 조사해보니 국내에서 신종 전염병 환자 대응을 위해 가장 중추적인 구실을 하는 서울의 한 국가지정격리병상 운영 병원은 메르스 환자치료를 위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이 병원은 중환자실에 있는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 중환자실을 폐쇄하고 중환자를 다른 곳으로 옮겼으며 부족한 장비를 긴급하게 사들였다. 이 병원에는 현재 5명의 메르스 확진환자가 입원 중이다. 해당 병원은 이들을 돌보려고 중환자실과 병동 2개를 폐쇄하고 30여명의 간호사를 투입한 상태다. 메르스 환자를 위해 협진하고 있는 17명의 의사를 교체할 인력도 없다.

보건의료노조는 “복지부로부터 메르스 환자 격리치료 준비를 하라는 지침을 받은 지방의료원은 음압병실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병동에 설치돼 있어 이를 사용하려면 주변 입원 환자들을 모두 내보내야 하고, 음압병실에는 환자치료를 위한 시설과 장비가 거의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국가격리입원병상이 예상보다 부족할 수 있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일 메르스 상황보고 일일브리핑에서 “국가격리입원병상이 전국 17곳 기관에 있지만 메르스 환자는 국가격리병원이 아니더라도 음압병상을 갖춘 의료기관에 환자가 입원한 곳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