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원 전 사장 16시간 조사…"최경환 지시 없었다"

입력 2015-06-02 08:51

외국 정유회사를 인수하면서 1조원대 국고를 낭비한 혐의를 받는 강영원(64·사진)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검찰에서 16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는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인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강 전 사장은 2일 오전 1시30분쯤 검찰청사를 나서면서 최 부총리의 관여 여부를 묻자 “(최경환 당시 장관이) 지시하신 적은 없다. 보고는 저희가 했다”고 말했다. 부실 인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전날 오전 10시 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 인수 추진 과정을 자세히 캐물었다. 날 인수는 이명박정부 자원외교의 실패작으로 꼽힌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날의 시장가치와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인수를 결정해 최대 1조3000억원대 국고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전 사장은 검찰조사에서 “정부 정책과 경제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며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을 한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