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50m 수영장이 좋긴 좋네요”

입력 2015-06-01 23:36
박태환이 수영훈련 재개를 위해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수영장에서 회원등록을 마치고 탈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수영장. 5레인짜리 수영장 앞에 긴장한 표정으로 박태환이 섰다. 다른 회원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가장 자리 쪽 레인에 선 박태환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

지난 해 10월 전국체전 이후 국제규격인 50m 풀장에서 물살을 가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금지약물을 투여한 박태환은 지난 3월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후 국제규격인 50m 레인이 있는 수영장을 구할 수 없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1월말 미국으로 건너가 훈련시설을 점검할 때를 제외하고 박태환이 50m 레인에서 수영하지 못했다. 지난 2월 한국체대에서 훈련을 받으려고 했던 것도 무산됐다. 집 근처 25m짜리 풀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게 전부였다.

다행히 그의 옛 스승인 노민상 전 국가대표 감독이 올림픽수영장에서 꿈나무 수영교실을 열고 있었다. 노 감독은 2009년부터 이 곳에서 수영인재 발굴·육성 프로그램인 수영교실을 운영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올림픽수영장은 국제규격을 갖추고 있었다.

노 감독은 박태환의 사정을 듣고 수영교실에서 훈련하는 것을 받아줬다. 30여 명의 회원들과 학부모도 동의했다.

기대감 때문인지 이날 오후 5시쯤 일찌감치 수영장에 도착한 박태환의 표정은 밝았다. 접수처에서 회원 등록도 했다. 박태환은 매월 30만원씩 내야 한다. 풀장에 들어가기 전엔 몸도 풀었고 함께 훈련을 받는 회원들에겐 미소와 함께 목례도 건넸다.

이날 박태환은 예정된 2시간 보다 30분 빨리 훈련을 끝냈다.

박태환은 훈련이 끝난 뒤 “50m 수영장이 좋긴 좋은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당장 훈련 프로그램을 100% 소화하지는 못할 것이다. 예전에 쉬었을 때보다 더 빠르게 회복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빨리 몸을 끌어올려 조만간 기분 좋게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박태환은 수영교실 프로그램에 따라 일반 회원과 동일하게 훈련을 받았다.

올림픽수영장 관계자는 “노 감독과 코칭 스태프는 모두 수영장 측과 계약을 한 강사들”이라며 “박태환은 수영교실 회원들과 함께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받게 된다. 개인 프로그램은 노 감독이 따로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 감독은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해 이날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오는 3일 복귀하면 박태환의 개인 프로그램을 구상할 계획이다.

노 감독은 “휴식 기간이 길어 선수 때 몸 상태는 아닐 것”이라며 “당분간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