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환자가 발생한 지역과 감염자들이 진료를 받는 병원이 어디인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발생 지역 및 치료 병원의 이름이 적혔다는 사진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는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니 괴담이 퍼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국은 허위사실 유포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지만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병원에서 찍은 듯한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병원에서 게시한 듯한 안내 글에는 ‘최근 2주간 중동지역, 평택, OO 및 이하 병원 방문한 적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붙어 있다. 이어서 ‘메르스 발병지역 : 평택, OO’에 이어서 ‘메르스 접촉병원’ 7곳의 명단이 올라 있다.
안내문이 사실이어도 정부의 대책과 반하는 것이어서 문제지만, 사실이 아니어도 큰일이다. 엉뚱한 병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여론은 첫 환자인 A씨(68)가 지난달 15~17일 입원한 B병원이 위치한 지역과 병원 이름의 공개를 촉구한다. 병원과 지역을 알아야 메르스 감염 위험에서 스스로 피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이날 정보를 공개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메르스 발생 지역과 의료기관 등을 국민에게 공개해 해당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충분한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메르스 발생 지역과 의료기관을 비공개로 유지하는 것은 환자와 밀접 접촉자를 포위하는 작전”이라면서 “이런 작전을 쓸 시기는 이미 지나갔고 지자체와 공공시설 등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과도한 걱정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보건복지부 국장)은 지난 31일 브리핑에서 “당국에서 생각하는 (감염) 시기를 벗어나 의료기관을 이용한 분들과 의료기관에 종사했던 분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지역이나 주민들에 대한 막연한 기피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권 국장은 “선진국에서도 감염병 발생 시 의료기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건 당국이 이런 입장을 취하는 건 현 국면을 아직 통제 가능한 단계로 보고 있어서다. 당국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아직 ‘주의’ 단계로 유지하고 있다. 또 메르스 3차 감염 사례가 한두 건 나오더라도 그것이 곧 지역사회로의 지속적인 전파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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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1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