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병원 밝혀라!” 지역 공개 논란 일파만파

입력 2015-06-01 17:16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일 서울의 한 병원에 메르스 관련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병주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B병원과 해당 지역을 공개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차 감염자들이 증상 발현 후 찾아간 병원들에 대해서도 같은 논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B병원은 첫 환자인 A씨(68)가 지난달 15~17일 입원한 곳이다. 지금까지 확진 환자 18명 가운데 15명이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 혹은 그 가족이다. B병원은 지난달 29일부터 스스로 휴원했다.

일부 여론은 B병원이 위치한 지역과 병원 이름의 공개를 촉구한다. 병원과 지역을 알아야 메르스 감염 위험에서 스스로 피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1일 이 정보를 공개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메르스 발생 지역과 의료기관 등을 국민에게 공개해 해당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충분한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메르스 발생 지역과 의료기관을 비공개로 유지하는 것은 환자와 밀접 접촉자를 포위하는 작전”이라면서 “이런 작전을 쓸 시기는 이미 지나갔고 지자체와 공공시설 등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과도한 걱정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보건복지부 국장)은 지난 31일 브리핑에서 “당국에서 생각하는 (감염) 시기를 벗어나 의료기관을 이용한 분들과 의료기관에 종사했던 분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지역이나 주민들에 대한 막연한 기피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권 국장은 “선진국에서도 감염병 발생 시 의료기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건 당국이 이런 입장을 취하는 건 현 국면을 아직 통제 가능한 단계로 보고 있어서다. 당국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아직 ‘주의’ 단계로 유지하고 있다. 또 메르스 3차 감염 사례가 한두 건 나오더라도 그것이 곧 지역사회로의 지속적인 전파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