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딸 끈으로 묶고 다닌 아버지에 2심 법원 ‘선처’

입력 2015-06-01 16:37

지적 장애를 앓는 딸을 끈으로 묶고 다닌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아버지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재판부는 딸과 마찬가지로 지적 장애를 앓는 아버지에게 처벌보다는 주위의 관심과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60)는 지적장애 1급인 딸 B양(15)이 혼자 집 밖을 돌아다닌다며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 A씨 역시 지적장애 2급 환자였다. A씨는 B양의 허리와 자신의 몸을 끈으로 묶은 채 딸을 끌고 다녔다. 그러나 A씨는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항상 챙긴 것도 아니었다. 그는 술에 취해 B양의 무단결석과 가출을 방치하기도 했고, 혼자 밖을 돌아다니던 B양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B양이 집 밖을 돌아다니면 A씨는 경찰에 실종 신고만 한 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았다. 딸을 찾아온 경찰이 A씨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물으면, 폭력을 휘두르고 욕설을 내뱉었다. 결국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아버지로서 B양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가출을 방임하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끈으로 묶는 등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김수일)는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그 자신도 정신지체장애 2급으로서 적정한 보육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1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딸의 허리에 띠를 묶고 외출을 한 것이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비정상적인 행위로 보일 수 있지만, 정신지체 장애인인 A씨의 입장에선 나름의 방책이었던 것으로 볼 수있다”며 “엄중한 처벌보다 이웃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