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이래 처음 열린 학교 운동회" 캄보디아 쩨이스나 초등학교

입력 2015-06-01 16:31 수정 2015-06-08 17:10
6월 1일은 국제아동절입니다. 저개발국가인 캄보디아에서도 오지 마을 학교인 캄봇주 쩨이스나 초등학교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쌀부대에 들어가 빨리 달려보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일등과 꼴지가 따로 없이 한국의 후원자들이 보내준 노트와 크레용 등 모처럼 선물을 받아든 어린이들에겐 더없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쩨이쯤네아!(이겨라!) 쩨이쫌네아!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아래 해맑고 순수한 눈동자의 어린이들이 응원에 여념이 없다.

1일 캄보디아 캄봇주 쩨이스나 마을에 위치한 쩨이스나 초등학교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운동회가 열렸다. 6월 1일은 사회주의 국가의 어린이날로 통하는 국제아동절이다.

울퉁불퉁한 운동장 여기저기서 학년별로 줄다리기, 풍선터뜨리기, 장애물 경기, 장기자랑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고학년 어린이들은 큰소리로 하나, 둘 호흡을 맞춰서 장애물 달리기에 집중하고 저학년 어린이들은 사탕하나 입에 물고 얼굴에 하얗게 밀가루를 뒤집어쓴 친구 얼굴에 그만 함박웃음이 터졌다.

선생님들은 처음 진행해보는 학교 운동회에 순서도 뒤죽박죽, 진땀을 흘리지만 아이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넘어지면 일어나 달리고 맨발로 하얀 축구공을 힘껏 내 지르며 마냥 신이 났다.

하늘을 향해 비눗방울도 날려보고 달음박질 하다 지치면 푸짐하게 나눠준 과자와 음료도 마음껏 먹어본다.

인구 1천 9백여 명의 캄폿주 쩨이스나 마을은 저개발국가인 캄보디아에서도 환경이 열악한 오지마을이다. 대부분의 주민은 벼농사나 인근에 위치한 과수농장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해 생계를 꾸려간다.

전교생이 235여명인 이 마을의 쩨이스나 초등학교 역시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낮이면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기온에 선풍기 한 대 없는 찜통 교실에서 학생들은 노트와 연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공부를 하고 있다.

6년 전 이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에이퍼플이 그동안 쩨이스나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컴퓨터교실을 열어주고 한글 교육 및 일부 교사 월급과 교재, 학교설비 등을 지원해오다가 국제아동절을 맞아 어린이 잔치를 열어준 것이다.

에이퍼플 정승배 현지 법인장은 “척박한 땅에 유실수를 심고 농작물을 키우느라 그동안 너무 바빴다”면서 “앞으로 이곳 학생들과 마을을 위해 농업전문학교를 세우는 등 수익이 생기는 만큼 지역 발전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쩨이스나 초등학교 판 소반나라 학교장은 “한국기업이 이곳에 진출하면서 마을이 많이 발전했고 어린이들에게는 희망을 심어줬다”며 감사한 마음을 거듭 전했다.

이날 운동회에는 쩨이스나 초등학교에 매월 일정 금액을 기부해온 한국 기업 인카금융서비스를 비롯해 네덜란드 해운회사 한국지사인 스비츠 코리아, 농협하나로유통, HDC신라면세점(주)에서 크레용과 스케치북, 노트 등 학용품과 완구류, 운동용품을 지원했고 국민일보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사진에 담아 미니 액자에 넣어 주었다.

캄봇주(캄보디아)=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