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 재의결 절차는… ‘무기명 투표’가 변수

입력 2015-06-01 16:24
대통령은 국회에서 가결돼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헌법 제53조에 그 근거가 있다. 이 절차를 통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표현한다.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법률안 공포나 재의 요구를 하지 않으면 해당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는 5일쯤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보내면, 박근혜 대통령은 공포냐, 재의 요구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하면 국회는 다시 표결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적 의원(298명) 과반(150명)이 출석해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국회법 개정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보통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보다 요건이 까다롭다. 찬성이 3분의 2에 미달하면 개정안은 폐기된다.

여기서 가장 큰 변수는 투표가 무기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회법 제112조는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안과 기타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돼 있다. 의원 개개인이 소신 투표를 할 수 있어 새누리당에선 이른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어긋나는 표가 무더기로 쏟아질 수 있다. 지난달 29일 새벽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재적 244명 중 211명의 찬성(86.5%)으로 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이는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재원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율사 출신인 주호영 여상규 의원 등 12명이었다.

때문에 다시 표결에 부치더라도 결국 가결돼 법률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률안에 대해 여야가 표결 자체를 안 할 경우, 이를 제재할 근거가 현행법에 없어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헌법에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을 때 국회는 재의에 붙인다’고만 돼 있지 세부 절차는 규정돼있지 않다”며 “결국 여야가 합의해 본회의에 개정안을 다시 상정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