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등장하는 단어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교사가 담배 피우는 흉내를 냈다면 교사로서 품위를 잃은 행동일까. 이러한 물음에 1·2심 재판부가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놨다. 교사의 흡연 흉내는 부적절했다는 1심 판단을 2심 재판부는 ‘가르침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뒤집었다.
사립여고 교사인 이씨는 2013년 학생들에게 경제 과목에 나오는 ‘재화’의 개념을 설명하며 학생들에게 재화의 사례를 물었다. 학생들은 고량주, 본드 등과 함께 ‘담배’를 예로 들며 이씨에게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학생들이 수업 진행까지 방해하자 이씨는 분필을 손가락에 끼우고 연기를 내뿜는 흉내를 3차례 냈다.
이런 이씨의 행동을 교실에 있던 한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고, 학교 측은 “학교와 동료 교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이씨에게 감봉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청소년 흡연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흡연 흉내를 낸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학생을 선도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교직자가 할 행동이 아니다”라며 징계 처분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이균용)는 “교수(가르침)의 내용이나 방법이 부적절하다고 감봉 처분을 하면 ‘자기 검열의 부작용’을 초래해 교수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소란을 잠재우고 수업을 계속하기 위해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게 됐다”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씨에 대한 감봉 처분은 균형과 타당성을 잃은 징계권 남용”이라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수업중 흡연 흉내 낸 교사 징계해야 할까… 2심 “가르침의 자유 인정돼야” 원심 판결 뒤집어
입력 2015-06-01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