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찬양을 부르면 은혜로 얼굴이 환해요. 성령 충만한 모습을 서로가 느껴요. 할렐루야 할렐루야 손뼉 치면서….”
지난 29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마포구 대흥로9길 마포밀알 선교센터의 큰방에서 활기찬 찬양곡이 울려 퍼졌다. 센터장 조영숙(55·서울 은강교회) 전도사가 기타로 ‘찬양은 언제나 넘치면’의 곡을 치기 시작하자 10명의 장애인들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 중 나이가 어린 이정현(22), 원지희(31) 자매는 율동까지 하며 흥을 돋웠고 나머지는 몸을 뒤틀며 어눌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손뼉을 치며 따라 불렀다.
선교센터에 있는 형제·자매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은 기타를 치며 찬양을 할 때다. 조 전도사는 “이들 장애우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지만 찬양 시간만 되면 너무 좋아하면서 심신의 치유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도사가 운영하는 마포밀알 선교센터는 그의 집이다. 자택에 장애인들을 머무르게 하거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몸소 장애인 선교에 헌신하고 있다. 장애인 2명은 이곳에서 숙식을 하고 있으며 식사대접을 받거나 성경공부를 하는 장애인까지 포함해 총 14명이 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조 전도사는 이들에게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고 오직 사랑으로 돌보면서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조 전도사는 장애인 선교를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본인 스스로가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가 짧은 장애인이다. 노방전도를 하면서 아무도 관심을 갖거나 돌보지 않는 장애인들을 주목했다. 장애의 고통을 알기에 이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면서 전도했다. 조 전도사의 진심 어린 믿음과 사랑을 접한 몇몇 장애인과 부모들은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장애인들이 그를 따르자 이들을 위한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마침 조 전도사 부부가 교회 사택에서 나가게 되면서 집을 구하기 시작했는데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조 전도사가 원하는 ‘계단 없는 1층 집’이 매물로 나왔다고 연락했다. 이 집은 3개월 전 계약됐는데 조 전도사가 마침 중개업소를 찾아올 시점에 계약이 취소됐다.
이어 최소한의 행정 및 운영적 도움을 얻기 위해 장애인 선교 전문 봉사단체를 수소문하다 한국밀알선교단을 알게 됐고 단장으로부터 밀알선교단 마포지부(마포밀알 선교센터)로 활동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2012년 4월 마침내 소망했던 장애인 공간이 문을 열었다.
그의 장애인 사랑이 알려지자 교회 관계자나 이웃들이 처지가 딱한 장애인들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렇게 한명, 두명 늘어나다가 현재는 공간이 포화 상태여서 장애인을 더 이상 받아주지 못하고 있다.
마음의 장애자도 품에 안았다. 최모씨(51)는 동네에서 소문난 알코올 중독자였다. 술로 심신이 피폐해지자 가족들도 그를 외면했다. 병원에서 우연히 최씨를 발견한 조 전도사는 “나는 치료하는 여호와다”라는 말씀을 전해줬다. 말씀에 감화된 그는 마포밀알 선교센터에서 자발적으로 봉사했다. 술을 끊고 새벽기도에 빠짐없이 나가면서 교회 집사가 됐고 지금은 센터 총무로 일하고 있다. 센터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기적에 대해 조 전도사는 ‘하나님의 역사’라고 말한다.
“저는 처음에는 장애인들을 하나의 선교 대상자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저들을 통해 제가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야말로 그들이 인도하는 선교 대상자입니다.”
조 전도사는 인터뷰 말미에 다소 주저하다가 소망을 살포시 내비쳤다. “우리 센터가 제가 섬기는 감리교단의 공식 기관으로 등록돼 약간이라도 후원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장애 식구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봉고차 한 대를 구입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고세욱 기자
장애인 선교 열정 보이는 조영숙 전도사
입력 2015-06-01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