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수원 삼성·사진)이 처음으로 ‘슈틸리케호’에 승선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출항에 나설 선수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23명의 명단을 발표한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호주아시안컵에서 치렀던 오만, 쿠웨이트전 생각이 많이 난다. 오만전이 끝나고 쿠웨이트전 대비하며 부상 등으로 7명을 교체하는 상황을 맞았는데, 이번에 9명의 선수가 오지 못하게 됐다”며 “이번에 소집한 선수들을 데리고 UAE전과 미얀마전을 잘 치르겠다”고 말했다.
‘슈틸리케호’는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미얀마와의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시작으로 내년 3월 29일까지 총 8경기를 치르는 장도에 나선다. 미얀마전은 한국의 원정경기이다. 하지만 미얀마가 관중 난입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아 홈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되면서 이번 경기는 중립국인 태국에서 열리게 됐다. ‘슈틸리케호’는 8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11일 말레시이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최종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원정 2연전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염기훈이다. 수원의 주축인 염기훈은 이번 시즌 절정의 기량을 펼치고 있다. K리그 클래식,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에서 8골 13도움을 기록 중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공격 자원 부족하다”며 “K리그에서 국내 선수들 중에서 득점, 도움 1위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좋은 성과를 보인 선수에겐 합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염기훈 선수의 갈비뼈 부상에 대해선 “다시 훈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3일 리그 경기에 나올 것으로 생각하며 늦어도 주말 경기엔 나올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5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골 결정력을 보여 주고 있는 강수일(제주 유나이티드)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선 “기복이 있지만 지난 제주도 전지훈련에 의욕적으로 참여했다”며 “측면 자원이나 중앙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쓸 수 있다. 멀티플레이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드필더 최보경(전북 현대)은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공격수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과 성남 FC의 임채민도 부름을 받았다.
반면 대표팀의 주축인 해외파는 소집명단에서 대거 빠졌다. 구자철(이상 마인츠) 김보경(위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박주호(마인츠)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특례를 받았다. 이들은 5~6월에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오른쪽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합류하지 못했다.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있는 중앙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도 전력에서 제외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 공백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해 “기성용이 6개월이나 1년 정도 합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문제이지만 2경기에만 못 나와 큰 문제가 없다”며 “기성용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공백도 팀의 조직력으로 극복해야 강한 팀이 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베테랑’ 이동국(전북)을 발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젊은 선수가 더 나은 활약 보이면 미래를 염두에 두고 젊은 선수를 뽑는 쪽으로 결정했다”며 “이번엔 30대 선수로는 곽태휘, 김창수, 염기훈 3명밖에 없다. 러시아월드컵을 위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세대교체 의지를 밝혔다.
공격수로 이용재와 이정협(상주 상무)를 발탁한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적 재능이 뛰어나야 하겠지만 나는 수비 때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하고 열심히 뛰는 공격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그라운들 폭행 사건을 일으킨 한교원(전북)에 대해 “그런 일 때문에 당연히 소집을 하지 않았다”며 “한 번의 잘못으로 낙인이 찍힌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날은 경솔한 행위를 한 것은 틀림없지만 내가 알기로 교육도 잘 받은 선수여서 충격을 받았다. 복귀하면 손가락질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 슈틸리케호 첫 승선
입력 2015-06-01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