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미국에서 여성을 낮춰 부르는 ‘더 약한 성(性)’(The weaker sex)이라는 용어는 이제 교육을 덜 받아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선진국 남성을 부르는 말이 될 것이라고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최신호에서 지적했다.
이들 남성은 일단 실직하면 재취업이 쉽지 않고, 짝을 구하기도 어려워 결국 장래마저 사라질 총체적 위기를 앞으로 걱정해야 한다고 이 주간지는 30일자에서 분석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두고 좌파에서는 일자리 부족을 꼽고, 우파 쪽에서는 가정의 붕괴를 탓한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소개했다.
미국에서 고졸 남성의 2013년 실질 임금은 1979년보다 21% 줄어든 반면 같은 조건의 여성은 3% 늘어났고, 고졸 남성의 20%는 실직 상태라는 점에 좌파는 주목한다.
핵가족마저 분열하기 시작해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직한 남성은 집안일보다 TV 시청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결혼 시장에서 기피 대상이라고 우파는 분석한다.
이런 상황이 맞물려 전통적 의미의 부모로 꾸린 저소득 가정은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혼외 출산은 1980년보다 3배나 늘어났다. 혼외 출산의 자녀는 교육을 덜 받고, 학교에서 낙제하기 십상이며 그 결과 낮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도 어렵다고 이 주간지는 지적했다.
결국, 아버지 없이 자란 소년이 지속적인 관계를 이루지 못해 결국 '남성의 기능장애'라는 악순환은 고착될 것이라고 이 주간지는 진단했다.
이런 문제를 풀려면 문화적 태도를 바꾸고, 교육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처방했다.
여성이 여자다움을 유지한 채 외과의사와 과학자가 됐듯이 남성은 과거의 육체노동 일자리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여성 일자리로 여기던 간호사나 미용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고 이 주간지는 지적했다.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돼지 사육사나 소방관, 장의사 등의 직업에 중범죄 남성 전과자의 취업을 막는 미국 조지아주의 규제처럼 고쳐야 할 제도가 아직 많이 있다.
교육 시스템의 개혁이 근본 해법으로, 어휘력과 사회 적응력을 기르기 위한 남자 아동의 조기 교육이 필요하며 영미 국가보다 더 성과를 내는 독일식 직업 교육 시스템도 배울 게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
아울러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체육이나 육체 활동을 교과 과정에 넣어야 하고, 초등학교에 남성 교사를 더 많이 배치해 학교 교육이 소년들에게 친근해지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이 주간지는 제안했다.
세계 2차대전 후 눈에 띄게 성 평등이 이뤄진 것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히지만 이렇게 바뀐 세상에 적응 못 한 남성에게 이제는 도움을 줄 시기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주장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이코노미스트지 “‘열등한 남성’ 사회 적응력 키워라”
입력 2015-05-31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