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인 병사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어머니를 만났으나 군과 보건 당국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해 방역체계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1일 국방부에 따르면 충남 계룡대의 한 부대에 근무 중인 A 일병은 휴가 중이던 지난 12일 메르스 진료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인 어머니를 만났다.
A 일병의 어머니는 메르스 환자를 진료했다가 지난 29일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일병은 지난 30일 저녁 자신이 근무 중인 부대에 어머니를 만난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어머니를 만난 뒤 18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부대는 A 일병에 대해 긴급 채혈해 감염 여부를 확인 중이며, 같은 부대원 30여명도 다른 시설에 격리조치했다.
군과 보건 당국은 A 일병이 어머니를 만났을 때 A 일병의 어머니는 메르스 감염 환자를 진료하기 이전 상태였기 때문에 메르스 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A 일병은 메르스 잠복 기간이 지나도록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A 일병은 메르스 감염 위험이 없고, 이의 진단을 위해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A 일병이 메르스 환자와 밀접한 접촉 대상자가 아니고, 어머니를 만난 시점이 어머니가 메르스 환자를 접촉한 시점(15일) 이전이라고 설명했다. A 일병의 어머니는 23일부터 증상이 나타났으며 이후 A 병사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보건복지부는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질병의 잠복 기간은 최대 14일로, A 일병의 경우 이미 이를 경과했으며 현재까지 감염관련한 특이 증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해당 부대는 A 일병으로부터 자진 신고를 받고 뒤늦게 채혈을 하고 부대원을 격리하는 등 한때 비상 상황을 연출했다. 군은 부대원 30여명을 즉각 격리 조치해 일각에서는 '과잉 대응'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A 일병의 채혈 결과가 나오는 내일 오전까지 격리 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들은 계룡대가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군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메르스에 뚫릴 뻔 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메르스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에 대해 가족과 지인 등을 만났는지를 가장 먼저 파악했어야 할 보건 당국이 이런 작업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군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휴가가 예정된 장병에게 메르스 감염자 또는 감염 의심자 접촉을 피하도록 교육하고, 부대 복귀 후에도 메르스 감염자 접촉 여부 등을 확인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군 병사, 자진 신고 전 메르스 환자 접촉 전혀 몰랐다” 보건당국, 감염자 가족임에도 신고 전 ‘깜깜’
입력 2015-05-31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