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저녁 도쿄 남쪽 북태평양 오가사와라 제도 인근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으로 일본 열도 전체가 흔들렸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규모 8.5(추정치)로, 1885년 이후 일본 주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규모 9.0)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수도권의 가나가와현 동부에서 진도 5를 웃도는 진동이, 도쿄 도심에서 진도 4의 흔들림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 열도 전체가 진도 1 이상을 기록하는 등 이번 지진은 이례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일본 기상청은 필리핀해 판(플레이트) 밑으로 파고들어가는 태평양 판에서 지진이 발생해 지진파가 판의 표면을 따라 잘 전달되는 성질 때문에 진원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흔들림이 컸다고 밝혔다.
이 각각 관측됐다.
NHK 방송은 31일 일본 총무성과 소방청을 인용해 도쿄 8명, 사이타마와 가나가와현에서 각각 2명이 흔들림 때문에 넘어져 골절을 당하는 등 12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의 명소 중 하나인 롯폰기힐즈 모리타워(지상 54층 건물)는 지진의 영향으로 엘리베이터가 정지하면서 52층 갤러리에서 열린 스타워즈 전시회를 보러 방문한 관람객 등 수백명이 2시간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1만7000여대가 정지했다.
요코하마 닛산경기장에서 열리던 J리그 경기는 흔들림 때문에 일시 중단됐고 신칸센과 도심을 지나는 JR 열차가 운행을 보류하거나 중단해 580여명이 차내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NHK는 전했다. 도쿄전력은 도쿄와 사이타마 등에서 6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규모와 비교하면 피해가 가벼웠다. 6300명의 희생자를 낸 1995년 1월 17일의 한신·아와지대지진은 규모가 7.2이었고, 8만7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2008년 5월 2일의 중국 쓰촨성 대지진은 규모 8.0이었다. 1만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낸 지난 4월 25일의 네팔 대지진 규모는 7.8이었다.
무엇보다 지진이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한 것이 피해가 적었던 요인으로 보인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은 절대적 규모면에서는 이번 지진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진원의 깊이가 불과 23.7㎞에 불과했고 거대한 쓰나미로 이어져 엄청난 피해를 낳았다.
이번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590㎞(추정치)로 최근 약 15년간 오가사와라 제도 주변에서 일어난 다른 지진에 비교해 매우 깊은 곳에서 발생했다.
결국 지진이 지표에서 먼 곳에서 발생한 탓에 지진파가 전달되는 동안 에너지가 꽤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 지역에 지진의 충격이 얼마나 강하게 전달됐는지를 볼 수 있는 척도는 진도인데 일본 내에서 이번 지진으로 기록한 최대 진도는 5를 살짝 넘는 수준이었다.
일본의 주요 건물이 지진의 흔들림에 견딜 수 있는 내진(耐震)구조 또는 지진의 흔들림 자체를 흡수·완충하는 면진(免震)구조로 설계돼 이 정도의 흔들림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쓰나미(지진 해일)가 발생하지 않은 것도 피해가 크지 않은 요인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토요일 밤 강진에 日열도 ‘화들짝’…피해 적은 이유는
입력 2015-05-31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