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관이 국가안보 수호와 범죄 수사 목적에 한해 휴대전화 감청을 요청하면 이동통신사가 협조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를 위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대 이동통신사는 휴대전화 감청 관련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현행법은 이미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통사들은 관련 장비를 갖추지 않아 감청 영장을 갖고도 휴대전화 감청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특히 개정안은 이미 국민 다수가 유선전화 대신 휴대전화로 대부분 통화를 하는 상황에서 유선전화만 감청할 수 있는 현행법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은 살인·마약 밀매·테러·간첩 사건 등 대형 강력 사건을 수사할 때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처럼 휴대전화 감청을 할 수 없어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만 지난 2005년 국정원의 휴대전화 불법감청 사건에서 보듯 수사·정보 기관의 휴대전화 감청을 규제 없이 합법화하면 국민의 사생활 침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개정안에는 각종 보완책도 담겼다.
개정안은 우선 범죄수사와 국가안전보장 목적 이외의 통신장비 감청을 금지했으며, 이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하도록 했다.
특히 '국가기관이 이 법을 위반해 소속 직원에게 불법 감청을 지시하거나 명령한 자를 형사처벌 한다'는 규정도 명시했다.
개정안은 또 감청 오·남용을 방지하고자 이를 관리·감독하는 '통신제한조치 감시위원회'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신설하도록 했다.
이밖에 개정안은 단말기에 녹음·저장된 통화 내용을 다른 사람이 듣거나 녹음하는 행위, 또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유통·사용 역시 금지했으며, 이동통신사의 감청 설비 설치에 드는 비용은 정부가 부담한다.
이처럼 보완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야당에서는 사생활 침해 우려와 공안당국의 정치적 남용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박 의원은 "적법 절차에 따른 감청이라도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기관의 불법감청 요소를 원천 차단하고 합법적인 휴대전화 감청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노력했다"면서 "법 통과를 위해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에 찾아가 설명하고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관계기관도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의원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5월 16~17일 성인 남녀 1천 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3.1%p)에 따르면 휴대전화 감청 허용에 대한 여론은 찬성 41.1%, 반대 42.4%로 팽팽하게 맞섰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이동통신사 휴대전화 감청협조 의무화 추진” 찬성 41.1% vs 반대 42.4%
입력 2015-05-31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