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 한반도서 주한미군과 연합작전 가능...日집단자위권 행사범위 쟁점

입력 2015-05-30 22:03

싱가포르에서 30일 개최된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는 예상대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지역에서의 집단자위권 행사 절차와 범위가 쟁점이 됐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이날 회담에서 대부분 시간을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 문제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자위대의 한반도 지역 출병 문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일본 측의 진솔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새로운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합의하면서 자위대의 군사력이 전 세계로 확장되는 제도적 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국내에서 일고 있는 강한 우려감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한 장관은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 진위를 따지고 북한이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사전협의 및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의 이런 공세적인 태도에 대해 일본 측은 상당히 당혹해하면서도 한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자국의 안보법제를 정비해 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회담에서 나카타니 방위상은 "어떤 경우에도 국제법에 따라 타국 영역 내에서 일본 자위대가 활동할 경우 해당 국가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이며 이는 한국에도 당연히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은 ▲ 미군 함정 호송 및 보급 ▲ 주일미군 유엔사 후방기지 지원 및 호송 ▲ 한국내 민간인 소개작전 ▲ 주일미군 기지와 미국령 괌으로 발사하는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 등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한반도 유사시 '작전계획 5027'에 의해 전개되는 미군 증원 전력과 유엔사 회원국들의 함정을 자위대가 호송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일본 자위대는 북한을 포함한 남한 해역에서 미군과 연합작전을 펼치게 된다.

특히 주일미군 기지 중 유엔사 후방기지로 지정된 7개 기지에서 전개되는 주일미군에 대한 호송과 유류 및 보급품 지원 등의 목적으로 한반도 지역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의해 자위대가 한반도로 진입할 때는 반드시 우리 정부의 요청이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여기에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이 설정하는 연합작전구역(KTO:Korea Theater of Operation) 내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도 우리 정부의 요청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일 양국 국방 당국은 이번 장관 회담 합의사항을 토대로 한반도 지역의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 방식을 포함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한 한국의 요청과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일본 측이 분명하게 제시면서 다른 국방교류협력 과제들도 순탄하게 풀리게 됐다.

오는 10월 일본이 요코스카에서 개최하는 국제 관함식 행사에 한국 함정이 참가하기로 했으며 격년제로 실시되는 수색·구조훈련(SAREX)도 기존처럼 진행시키기로 했다.

대해적작전 훈련과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부분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책 마련, 유엔 평화유지활동 때 상호지원 방안 등을 실무차원에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실무급 교류를 정상화시키면서 고위급을 포함한 한일 국방교류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본 측이 이번 회담에서도 강력히 요구했던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측이 아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난색을 표시하면서 당장은 어렵게 됐다.

한 장관은 회담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역사문제와 안보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방침 가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역사문제 와 관련해 국민적 정서나 우리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국방부는 실질적 비전투분야 교류협력, 연습, 인적교류는 해 나가면서 상황과 여건에 따라 고위급 교류를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