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중구 정동의 미국대사관저 앞에 길게 줄지어 선 수백명의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정동길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 ‘정동야행’에 맞춰 이날까지 이틀간 일반에 처음 공개된 대사관저를 보기 위해서다. 개방 시간은 29일엔 오후 6∼8시, 이날은 오후 2∼6시였다.
대사관저는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정동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골목길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 약 30분을 기다려 대문 안으로 들어선 후 보안 검색대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관저를 구경할 수 있었다.
관저에 들어서자 한옥 두 채가 시민들을 맞았다. 초입에는 서울시문화재로 지정돼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쓰이는 옛 공사관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리퍼트 대사가 실제로 숙식하는 공간이 나온다. 대사가 지내는 곳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까지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날은 개방 마지막날인만큼 ‘집주인’인 리퍼트 대사가 애완견 그릭스비를 데리고 두 차례나 바깥으로 나와 손님들을 맞았다. 빨간색 트레이닝 셔츠와 국방색 반바지, 검은색 운동화 차림의 대사는 오후 2시40분과 오후 3시5분쯤 각각 15분간 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시민들에게 “반가워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고, 지난 3월 피습으로 다친 뒤 아직 붕대를 감은 대사의 손을 본 시민들이 괜찮은지 묻자 “좋습니다”라고 역시 한국말로 답했다. 한국말로 “제 강아지가 한국 친구도 좋아해요”라며 그릭스비를 시민들에게 소개하거나 주위로 몰려드는 시민들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시민들은 줄을 길게 늘어서 공사관 내부를 구경하거나 마당에 설치된 활짝 웃는 모습의 오바마 부부 모형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았다. 부인과 세살배기 딸의 손을 잡고 대사관저를 찾은 김수곤(33)씨는 “쉽지 않았을 것 같지만 이 같은 미국의 시도가 신선하다”며 “이렇게 두 나라가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가고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5시55분이 되자 대사관 측은 밖에서 대기하던 시민들에게 행사가 종료됐으니 돌아가달라고 요청했다. 시민들이 아쉬워하며 잠시 “들어가게 해달라”고 소리치기도 했지만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전날 1850명이었던 입장객은 이날 3995명으로 배 이상 늘어 이틀동안 모두 6000여명의 시민이 대사관저를 둘러봤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美대사관저 첫 개방에 이틀간 6000여명 장사진…리퍼트 대사 직접 ‘손님 맞이’
입력 2015-05-30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