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의대 유학 사기범 구속… 8명 4억7000만원 피해

입력 2015-05-29 17:27 수정 2015-05-29 21:10
필리핀에 있는 고교에 유학하면 의대에 자동 입학해 의사가 될 수 있다며 8명으로부터 4억7000만원을 챙긴 국내 입시학원 원장과 필리핀 현지 고교운영자가 검찰에 적발됐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성문)는 사기 혐의로 부산지역 모 입시학원 원장 A씨(55)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로 필리핀 현지 고교운영자 B씨(66)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A씨 등은 2010년 4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부산지역 학부모 8명을 상대로 학비 명목으로 각각 5만 달러(한화 6000여만원)씩 총 4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범죄행위는 피해 학부모 8명의 신고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막내가 필리핀 고교로 유학, 졸업 후 미국 커리큘럼인 미국전문의(국제면허) 자격취득 과정 의대에 합격, 국내 명문대 편입, 미국 명문대 진학’ 등의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돌린 후 이를 보고 찾아 온 학부모들에게 필리핀 고교 4년, 대학 4년, 의대 4년 등 유학 학비 명목으로 5만 달러를 일시불로 요구했다. 학비의 대부분은 현지 고교의 신축 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과학고교라고 소개한 학교는 비인가 고교였고 고교와 연계된 의과대가 있다는 말도 허위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유학을 포기하고 중도 귀국한 학생들에게는 학비가 아니라 기부금이었다는 이유로 이미 납부한 금액을 돌려주지 않았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한 학생들은 학력을 검정고시로 대체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 학부모는 “아이가 불안해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못해요. 가슴이 찢어져요. 어떻게 아이의 미래를,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놨나 싶고, 부모로서 너무너무 미안해요”라며 분개했다.

검찰 관계자는 “거짓 유학정보 제공으로 학생들의 학업 선택이 왜곡되고 향후 진로결정에 혼란을 주는 결과를 초래한 사건”이라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