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9일 새벽 공무원연금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진통 끝에 극적으로 통과한 데 대해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를 어렵사리 완수했다는 측면은 고무적인 소득이다. 또 여야 합의가 강 제되다시피한 '국회선진화법'을 지렛대 삼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야당의 요구를 최대한 방어해냈다는 점도 높이 사야 한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주도하게 될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기구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짐을 또 지게 된 점은 새로운 부담거리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무엇보다도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권한을 국회에 주는 국회법 개정안이 함께 처리된 데 대해 청와대가 반발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청와대 참모진과 협의채널을 가동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 청와대의 부정적인 입장이 감지됐을 때만 해도 "예상했던 일"이라며 충분히 소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이 많았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운영위원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도 (당내) 이견이 있는데 청와대가 이견이 없겠느냐"고 답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위헌소지' 등을 주장하며 "정부의 손발을 묶는 것", "국회법이 헌법 위에 군림하는 것" 등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서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오해가 많다", "과도한 해석"이라고 해명하며 정면반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한동안 잠잠했던 당·청 갈등의 불씨가 다시 자극받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한 당직자는 "예상은 했지만 역사적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자마자 벌써부터 비판이 시작되니 난감하다"며 청와대는 물론 청와대의 주장에 동조하는 몇몇 친박계 의원에 대한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협상을 주도한 유 원내대표는 좀 더 직설적인 화법으로 협상 결과에 대해 쏟아지는 당내외 비판에 맞섰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개원 67주년 기념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오해가 많다"면서 "법률과 시행령 사이에 생기는 충돌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하는 것이고, 삼권분립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국회가 정한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어긋나는 경우만 그렇게 하게 돼 있지, 국회가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 모든 조항에 간섭하는 게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조금 너무 과하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유 원내대표도 이번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당청의 의견이 맞서는 것이 당청간 정면충돌로 비화되는 데 대해선 우려를 드러냈다.
유 원내대표는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의 의중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의 브리핑 내용에 대해선 "청와대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입에 지퍼를 채우고 있겠다"고 말을 아꼈다.
일부에선 청와대의 강경한 반응에 대해 섭섭해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원내지도부 일각에선 "청와대도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이나 문 장관 거취 등을) 이 정도로 막아준 데 대해 고맙다고 생각해줬으면 한다"며 서운한 감정을 피력했다.
한편, 당정청은 오는 31일 정책조정협의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져 국회법 개정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조율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與, 청와대 ‘거부권 검토’ 반발에 당혹...당청 갈등 불씨 우려
입력 2015-05-29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