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지하철 안에서 자신에게 ‘은밀한’ 접촉을 시도하는 성추행범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 용감무쌍한 한 젊은 여성의 사연이 SNS의 화제로 떠올랐다.
글쓴이는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하철 7호선, 존슨을 꺼내 들이댄 아저씨’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자신이 당했던 성추행 상황과 성추행범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었는지를 자세히 공개했다.
이글은 이틀 만에 17만4000뷰와 185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누리꾼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석가탄신일이었던 지난 25일 글쓴이는 어린대공원역에서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고 한다.
낮 12쯤이었는데 사람이 별로 없었고 글쓴이는 경로석 옆쪽 문가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팔걸이에 걸친 글쓴이의 팔을 뭔가가 꾹꾹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글쓴이가 “이게 뭐지?”하며 얼굴을 돌려보는 순간 웬 남자가 ‘그것’을 꺼내 교묘히 글쓴이 팔에 문대는 것이었다.
기겁을 한 글쓴이가 거의 본능적으로 “야 이XXX야”하며 크게 소리를 치자 그 남자는 바지를 추스르더니 마침 열리는 출입문으로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글쓴이는 그 남자 뒷덜미를 붙잡아 다시 전철 안으로 끌어들여 멱살을 잡고는 욕을 해댔다.
지하철 안의 모든 사람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변태남은 체격이 대단히 왜소했는데 글쓴이의 강한 저항에 “뭐! 놓으라고 뭔데?”라고 소리지르며 멱살을 뿌리치더니 옆 칸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앞선 역에서 사람이 많이 탔는지 멀리가지는 못해 글쓴이는 다시 이 남자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 남자가 자꾸 도망가려하자 글쓴이는 “이 XX가 XX 꺼내놓고 내 팔에 문질렀어요. 좀 잡아주세요”라고 소리치며 필사적으로 매달렸지만 사람들은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글쓴이가 신고한다며 핸드폰을 꺼내자 이 변태남은 “아씨. 신고는 무슨... 뭔 신고를 해”라며 핸드폰을 빼앗아 도망가려했다.
다음역이 남자친구와 약속한 어린이대공원 역이라 이러다간 놓치겠다는 생각이 든 글쓴이는 근처에 있는 젊은 남성에게 대놓고 도움을 요청해 겨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사이 전철은 남자친구와 약속 장소인 어린이대공원역에 도착해 변태남 목덜미를 붙잡고 내렸는데 젊은 남자와 한 여성의 도움으로 변태남의 도주를 차단할 수 있었다.
이때 변태남은 위기를 느꼈는지 “야, 니가 봤어? 봤냐고? 데려와바 없잖아. 왜 나한테 지랄이야”라고 소리치며 닫히는 전철 문 안으로 순식간에 뛰어들었다.
지하철 문이 닫히기전 타고 도망가려는 ‘잔머리’ 였다. 다행히 열차 문이 열려 변태남의 얄팍한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글쓴이의 절박한 상황을 안 젊은 남자가 신고를 했고 경찰은 곧 갈테니 지하철 역무실에 가 있으라라는 대답을 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역무실에 도착한 후 도움을 주던 젊은 남자는 돌아갔고 글쓴이가 남자친구에게 연락하니 기다리고 있던 터라 즉시 달려왔다.
덩치 큰 남자친구를 보자 변태남은 기가 질렸는지 그때부터 얌전해지더라는 것.
글쓴이의 사정 설명을 들은 남자친구가 변태남에게 “경찰 부르면 되죠?”라고 물으니 그제서야 변태남은 “아니 그냥 우리끼리 해결합시다”라며 사정쪼로 나오는 것이었다.
마침내 도착한 경찰이 추궁하자 변태남은 말 그대로 횡설수설, 신분증도 지갑도 신원을 알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고 한다.
이후 변태남은 경찰에 넘겨졌고 글쓴이도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쓴 후 귀가했다.
마치 드라마 같은 끔찍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글쓴이는 “경찰에 알아보니 지하철 내 성추행은 동종범죄 전과가 없는 한 실형을 잘 안받고 받아봐야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2~3개월 정도 끝난다고 하더라”며 “CCTV에 존슨보이(변태남)의 살색존슨(성기)이 안 찍혔더라도 지금까지 정황과 CCTV에 찍힌 행동이면 증거 충분하지 않냐”며 누리꾼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글쓴이는 28일 담당 경찰과 통화한 후기를 올려 “(변태남은) 아직 불구속 수사 중인데 빠르면 다음주 아니면 다다음주 중 마무리 될 것이고 하더라. 당시 해당 전철CCTV는 고장이었고 피의자는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며 수사상황을 전한 후 이런 사건이 흐지부지 된다면 마음 아플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공공장소에서 성추행 당하는 여성이 있으면 용기내 도와주시길 바란다”며 ‘범죄피해자 권리 및 지원제도 안내서’를 첨부해 자작이 아닌 ‘진실’임을 밝히는 치밀함도 보였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정말 용감하시네요” “정말 너무 대단하십니다” “존슨 문대면 전기충격기로 대처해주세요” “저런 인간들 많이 봤는데 전 도망갔는데” “저런 X는 그냥 놔두면 안됩니다” “대단한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남자로서 부끄럽네요” “수치스러웠을텐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이 변태XX, 어디다 ‘물건’을 문질러?”… 지하철 성추행범 직접 잡은 용감女
입력 2015-05-29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