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 연구소에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잘못 배송돼 실험요원 22명에게 노출된 탄저균이 비활성 상태가 아니라 살아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용 탄저균은 보통 비활성 상태로 보내져 배양 실험을 통해 균을 살려내 각종 제독 실험에 사용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이유인지는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군 연구소에서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송한 사태가 발생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 스티브 워런 대령은 지난 27일 이 탄저균들이 유타주의 생화학무기 방어 시스템을 연구하는 미군 기관인 더그웨이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실수로 보내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 측은 탄저균 노출 실험요원들에게 항생제와 백신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의료 조처를 했고 현재까지 누구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자칫 실험 요원뿐 아니라 기지 내 장병과 민간인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흔히 ‘공포의 백색가루’로 불리는 탄저균은 탄저(Anthrax)의 원인균으로 원래는 초식동물인 소, 양, 말 등에서 급성의 폐사성 전염병을 일으킨다. 사람은 감염된 동물이나 감염 동물의 조직에 노출됐을 때 생길 수 있다.
9·11 테러 직후 미국을 바이오테러 공포에 몰아넣었던 바로 그 세균으로 치사율은 95%에 달한다.
이렇게 높은 치사율 때문에 생물학적 테러나 실제 전투 상황에서 생물무기로 악용될 가능성이 가장 큰 병원체 중 하나가 바로 탄저균이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토양에서 포자상태로 존재하는 탄저균을 분리, 배양할 수 있고 이를 공기 중에 살포함으로써 높은 살상력으로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93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DC에 100㎏의 탄저균이 살포되면 13만~3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탄저균이 호흡기에 노출되면 초기에 감기 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며칠이 지나면서 호흡이 곤란해지고 쇼크에 빠진다. 이러다가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게 일반적이다. 증상은 보통 탄저균에 노출된 지 1~6일 후에 나타나지만 공기 중에 배출된 경우라면 60일 이상이 지나고 나서 증상이 시작될 수도 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공포의 백색가루’ 탄저균 살아있는 상태로 오산기지 배달됐다
입력 2015-05-28 22:51